한화 이글스 한용덕 감독이 주축 타자인 송광민을 2군으로 내려보냈다. 시즌 막판 순위 싸움이 한창이지만, ‘팀 퍼스트’라는 큰 원칙을 깨트린 까닭이다. 3일 대전 덕아웃에서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를 지켜보는 한 감독. 대전|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한화 이글스 한용덕(53) 감독은 3일 대전 롯데 자이언츠전을 앞두고 베테랑 내야수 송광민(35)의 2군행과 김태연의 1군 등록 소식을 전했다. 송광민의 2군행은 말 그대로 ‘전격 발표’였다. 게다가 “포스트시즌(PS)에 대비하는 차원이냐”는 기자의 질문에도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3일까지 올 시즌 113경기에서 타율 0.297(434타수129안타), 18홈런, 79타점을 기록했고, 주장까지 맡았던 주축 타자의 전격 2군행, 그리고 PS 엔트리 제외 뉘앙스까지 내비친 한 감독의 의도는 무엇일까.
● 방향성 벗어난 행동?
한 감독은 애초 “몸이 피곤해서”라고 송광민의 2군행 배경을 설명한 뒤 “팀의 방향성에 벗어나는 행동을 해서 (내가) 마음이 많이 다쳤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외유내강(外柔內剛)’형인 한 감독은 열정적이고 소통에 능해 선수들이 잘 따르는 지도자로 통하지만, 선수 본분에 어긋나는 행동에 대해선 거침없이 질타한다. 송광민의 2군행도 ‘팀 퍼스트’라는 원칙을 중시하는 한 감독의 성향이 그대로 드러난 대목이다. 2위 싸움이 아직 끝나지 않은데다 3위를 지켜야 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내린 결단이라 가볍게 볼 수 없다. 한 감독은 “욕심을 비웠지만, 여전히 팀이 순위싸움을 하는 입장이다. (김)회성이와 (김)태연이, (오)선진이 등 3루 대체자들이 열심히 하고 있다. 누구나 이기적일 수 있지만, 팀이 가고자 하는 방향에 맞춰야 한다. 벗어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화 송광민. 스포츠동아DB
● PS 엔트리도 장담 못 한다
한화는 2007년 이후 11년 만의 가을야구 진출을 이미 확정했다. 순위 확정만 남아있다. 단기전인 가을야구에선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잔부상으로 정상 컨디션이 아닌 베테랑 김태균(36)을 9월 29일 일찌감치 1군 엔트리에서 제외한 것도 PS에 대비해 몸 상태를 끌어올리라는 조치였다. 그러나 송광민은 다른 케이스다. 한 감독은 강한 어조로 “그때(PS 시작 시점에) 가서 보시면 아실 것”이라며 PS 엔트리에 포함하지 않을 수 있다는 뉘앙스도 내비쳤다.
● “내가 책임진다”, 한용덕의 강단
한 감독이 선수들과 활발하게 소통하는 이유는 끈끈한 팀을 만들기 위한 방법 가운데 하나다. 송광민의 2군행이 단순한 충격요법이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다. 팀플레이를 해치는 행위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눈앞의 결과도 중요하지만, ‘팀 이글스’의 화합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감독은 책임지는 자리다. 욕은 내가 먹으면 된다. 그러나 기조가 흔들리면 안 된다.” 목소리는 확신에 차 있었다.
한화는 이날 올 시즌 19번째 홈경기 매진(1만3000석)을 기록하며 구단 역대 최초 단일시즌 70만 관중 시대를 열었다. 4-5로 뒤진 7회말 1사 1·2루에서 대타로 나선 최진행이 롯데 구승민을 상대로 역전 3점홈런(6호)을 터트리며 7-6 역전승을 이끌었다. 팬들의 환호가 경기장을 뒤덮었고, 한 감독도 “언제나 응원해주신 팬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활짝 웃으며 기쁨을 만끽했다.
대전|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