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김강녕이 증명할 ‘10년의 기다림’

입력 2018-10-09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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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다림 덕분에 오늘이 왔다.”

좁은 웜업존을 벗어나 널따란 메인 코트를 밟기까지 꼬박 10년이 걸렸다. 두 공간 사이의 보이지 않는 벽을 부수기 위해 삼성화재 리베로 김강녕(32)은 부단히 땀방울을 흘렸다.

김강녕은 주전으로 뛴 첫 대회인 2018 제천·KAL컵 남자프로배구대회를 앞두고 신치용 삼성화재 고문을 만났다. 신 고문은 2008년 김강녕에게 직접 삼성화재 유니폼을 입혀 선수로서의 새로운 길을 열어줬다. 이듬해 은퇴 후 실업팀 용인시청에서 뛰던 김강녕을 재차 프로 무대로 데려온 것 또한 신 고문이었다. 그는 오랜 시간 사제의 연을 맺어온 김강녕에게 “기회가 온 만큼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네가 중심에 서있어야 한다”는 응원을 보냈다.

이 대회에서 삼성화재는 9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김강녕은 스승의 기대처럼 팀의 숨은 구심점이 됐다. 지상전을 책임지면서 대회 수비지표 각종 상위권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삼성화재 소속으로 숱한 영광의 순간을 누려왔지만, 코트 중앙에서 체감한 우승은 처음이었다. “이게 꿈인가 싶다”는 김강녕은 “신 고문께서 항상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신다. 정말 호랑이처럼 무서운 감독님이셨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정말 감사한 분”이라며 자신의 속마음을 꺼냈다.

의미 없는 기다림은 없다. 팀 특유의 독한 훈련을 견디면서 배구를 향한 집념도 열망도 강해졌다. 김강녕은 “포기하지 않았다. 운동을 할 때마다 스스로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를 되뇐다. 매 순간 뒤에 있더라도 부정적인 생각은 하지 않았다”며 “배구는 개인 운동이 아닌 팀 운동이다. 짧게나마 코트에 들어가 플레이 하나라도 잘 해주면 팀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다. 열심히 하다보면 분명 기회가 오고, 기회를 잡으면 값진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제 수많은 눈이 코트 위 김강녕을 주시한다. 부담감을 떨쳐내는 일이 최우선 과제다. 탄탄한 기본기를 갖춘 수비형 레프트 송희채가 김강녕에겐 훌륭한 버팀목이다. 그는 “희채가 옆에 있으면 정말 든든하다. 리베로는 범위를 넓게 잡아야하는 포지션인데, 희채가 공을 더 받아주려 하고, 먼저 다가와 주기도해서 의지가 많이 되는 고마운 후배”라며 “비 시즌동안 정말 운동을 열심히 했다. 부담도 크지만, 즐기려 한다”고 힘줘 말했다.

주인공이 될 생각은 없다. 코트 위에서도 변함없이 동료들의 뒤를 든든히 지켜주려는 것이 김강녕의 다짐이다. “신진식 감독님도 ‘모두들 자기 자리가 있다. 각자가 제 역할을 잘 해줘야 한다’고 강조하신다. 팀이 승리하고, 우승할 수 있다면 묵묵히 내 역할을 해내고 싶다. 실망시키지 않겠다.”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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