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림. 사진제공|대한육상연맹
정혜림은 16일 익산종합운동장에서 진행된 대회 여자 일반부 허들 100m 결승에서 13초41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 부문 한국기록(13초00)과 2016년 세운 본인의 최고기록(13초04)에 미치지 못했으나 스타트 총성과 함께 빠르게 5번 레인을 내달린 그녀는 2위 정연진(26·울산광역시청·14초02)을 넉넉하게 따돌렸다. 대회 4연패.
이어 진행된 400m 계주에서 1번 주자로 출전, 3위에 오른 정혜림은 대기만성형 선수의 전형이다. ‘기대주’ 꼬리표를 달고 10~20대를 보냈다. 분명 가능성이 큰 자원이지만 좀처럼 국제대회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20대 마지막 무대였던 4년 전 인천AG에서는 4위에 그쳤다.
은퇴도 고려할 정도로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노력이 통했다. 30대에 실력을 만개했다. 하계올림픽 등 메이저 대회가 끝날 때면 ‘기초종목의 부진’으로 묶여 질타를 받은 한국육상은 정혜림의 금빛 낭보로 8년 만에 AG 정상에 서는 기쁨을 만끽했다.
홀가분한 미소와 함께 올 시즌을 마친 정혜림의 다음 목표도 정해졌다. 내년 9월 카타르 도하에서 개최되는 세계육상선수권이다. 일정 기준을 넘으면 출전이 가능했던 과거와 달리 이 대회부터는 랭킹 포인트 시스템으로 바뀌었다. 꾸준한 국제대회 출전과 성적이 필수다.
정혜림은 “AG 이후 회복할 시간이 부족했다. 다행히 우승을 목표한 전국체전을 잘 마무리했다. 세계선수권을 위해 랭킹 포인트를 부지런히 확보해야 한다. 최대한 많은 국제대회에 출전할 계획”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익산|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