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겸의 The 깊은 인터뷰] 명상…작가…커넥터…안현모의 인생길

입력 2018-10-19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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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이벤트의 동시통역으로, 인기 예능프로그램 출연자로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는 안현모는 다양한 수식어로 소개되지만, 그 자신은 “내년 초 책이 출간된다”며 ‘작가’로 불리길 원한다고 말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장소협찬|일민미술관

■ 전직 기자·동시통역사·방송인·라이머 아내…안현모가 말하는 ‘즐거운 일’

내년 초 에세이 출간…이젠 ‘작가 안현모’라 불러줬으면
라이머와 6개월 만에 결혼? 역경 헤쳐 나갈 자신감 생겼죠
명예·커리어보다 사람들 연결하는 ‘커넥터’가 궁극 목표

전직 기자, 동시통역사, 방송인, 뇌섹녀, 엄친딸, 라이머의 아내…. 안현모(35)를 소개하는 수식어는 다양하다. 그만큼 다양한 일을 해왔고, 눈길 끄는 ‘스펙’을 갖추고 있다는 의미다. 경제채널 SBS CNBC와 SBS에서 기자로 일했고, 방탄소년단이 수상한 미국 빌보드 뮤직 어워드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북미 정상회담 방송 등에서 동시통역으로 화제를 모았다. 13일 종영한 MBC ‘구내식당 - 남의 회사 유랑기’에 고정출연하는 등 방송에서도 매력을 뽐내고 있다. 욱일기 퇴치 캠페인 영상과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영상에 영어 내레이션을 했고, 6.25 전사자 유해발굴현장 방문 등 의미 있는 일들도 하고 있다. 작년 9월 산이, 버벌진트, MXM, 이대휘, 박우진 등이 소속된 브랜뉴뮤직의 수장이자 래퍼 라이머와 결혼한 ‘새댁’이기도 하다.

다양한 수식어를 가졌지만, 안현모는 “내년 초 책을 출간한다”면서 “작가”로 불리길 원했다. 그리고 그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일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커넥터’(Connector)라고 했다. 자기가 좋아하고, 또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인생의 계단을 하나씩 오르는 자유로운 영혼. 안현모를 최근 서울 광화문 일민미술관에서 만났다.

안현모.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장소협찬|일민미술관


● “다른 수식어보다 ‘작가’로 불리고 싶다”


-어떤 책을 쓰고 있나.

“실용적이고 진솔한 에세이 형식이다. 책은 가장 직접적인 소통방법이다. 내가 쓴 그대로 (편집 없이)전달되고, 분량도 자유롭다. 한 자 한 자 진심을 담고 싶다.”


-‘예능인’ 면모도 매우 자연스럽다. 원래 끼가 많은가.

“끼는 잘 모르겠지만, 내게 즐겁고 왁자지껄하고, 재미있는 모습이 있다. 앞으로 더 보여드릴 수 있을 듯하다.”


-누군가를 소개하다가, 이젠 반대로 자기를 드러내고 있다. 힘들지 않나.


“백지상태에서 나를 알리는 것이면 좀 나을 텐데, 이미 나에 대한 각종 편견과 오해를 포함한 정보들이 노출된 상태라 좀 어렵다. 처음 예능에 출연할 때는 ‘욕만 먹지 말자’는 생각과 껍질 밖으로 한 발 내디디는 느낌으로 했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을 다닌 안현모는 학식이 상당하고 언변이 뛰어나 예능과 교양의 경계가 모호해진 요즘 방송환경에 적합한 인물로 꼽힌다. 그러나 “새롭고 도전적이고 모험적인 걸 좋아한다”는 안현모는 지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방송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다양하게 경험해보겠다는 생각이다.


-뇌섹녀, 엄친딸 등 수식어를 어떻게 생각하나.


“난 뇌섹녀가 아니다. 좋아하는 공부는 잘하지만, 그렇지 않는 분야는 들어도 금방 잊는다. (지식의)편식이 심하다. 엄친딸? 이제 나도 나이가 들어서…. 그냥 ‘엄친’이면 몰라도.”


-교포도 아닌데 영어가 완벽하다. 공부법이 궁금한데.

“관심이 많으면 잘하게 되는 법 아닐까. 서너 살 때부터 외국어에 관심이 많았다. 내가 관심을 보이니 부모님이 내가 원하는 길을 계속 보여주셨다. 영화와 음악을 좋아해서 많이 보고 듣기도 했다.”


-완벽주의자인가.

“남들 칭찬보다 나 스스로 만족해야한다. 일이 끝났을 때 기분이 좋아야 되는데, 내가 만족 못하면 잘 못한 거다. 생활면에서는 완벽주의자가 못 된다. 밥도 잘 못하고. 요리는 남편 더 잘한다. 남편에게 고맙다.”


-남편과 교제 6개월 만에 결혼했다.

“나도 (SBS를)퇴사하고 금방 결혼할줄 몰랐다. 날개를 펼치고, 여행으로 세계를 다니고 싶었다. 누군가는 ‘너무 이른 선택이지 않았나’ 말하지만,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더 고민했어도 결국 선택은 같았을 것이다. 사람은 어떤 의지를 갖고 있는지 중요하다. 남편은 결혼해서 잘 살겠다는 의지가 있었다. 연애기간은 중요하지 않았다.”


-남편 첫인상은 어땠나. 듬직한 남자가 이상형이었나.

“소개로 만나 저녁을 했다. 첫 만남에서 ‘적어도 사귀겠구나’ 생각됐다. 그의 스토리에 공감했고, 호감을 얻었다. 나의 아버지가 20대 후반부터 사업을 했는데, 남편도 그렇더라. 남다른 책임감이 있고, 역경이 있어도 헤쳐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나만의 소확행이 있다면.

“어차피 ‘대확행’이 없어서 매일매일이 소확행이다. 남편과의 일상, 하루하루 일, 그런 일을 하는 게 좋다.”

안현모.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장소협찬|일민미술관


● 마음에 손전등을 비추며 ‘커넥터’를 꿈꾸다

안현모는 ‘우연한 기회’에 기자가 됐다. 대학원 재학중 교수 추천으로 SBS CNBC 통역 아르바이트 지원서를 냈다가, “영어방송(CNBC 아시아) 진행을 맡아줄 것”을 부탁받았다. ‘정규 앵커를 뽑을 때까지’라는 조건에 임시 앵커를 맡게 됐고, ‘CNBC 아시아’ 본사가 있는 싱가포르로 날아가 트레이닝을 받고 한 달 만에 생방송을 시작했다. 싱가포르 홍콩 타이완 오스트레일리아에 송출되는 방송이었다. ‘방송인생’의 시작이었다. “그땐 방송의 무게도 잘 몰랐고, 한국에 방송되는 것도 아니고, 경력도 없었으니 이전보다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없었다. 부담없이 시작했다.”

안현모는 앵커 역할을 잘 해냈고, 미국 CNBC ‘월드와이드 익스체인지’의 서울 특파원 형식으로 리포팅도 하게 됐다. “돌아보면 그 시절이 좋았다. 자유로웠고, 힘들지도 않았다. 지금은 나를 보는 사람도 많고, 나에 대해 이미 알려진 것도 있어서,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다. 그러다보니 예전에 잘하던 것도 잘 못하게 되고, 신경 쓸 일도 더 많이 생기고, 내가 집중해야할 부분들이 확장되고 있다.”


-학창시절 장래희망이 무엇이었나.

“구체적으로 그리는 건 없었다. 미술을 좋아해서 대학교 때는 디자인 공부하러 미국 유학을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다 통역대학원 다니던 언니 권유로 대학원에 가게 됐다. 난 평소 사람들에게 ‘꿈을 미리 정하지 말라’고 한다. 지금부터 10년, 20년 후를 미리 정해놓지 말고, 지금 좋아하는 것, 잘하는 걸 하라고 말한다. 내가 그렇게 살아왔고, 내년, 내후년엔 내가 무엇을 할지 나도 모른다. 급변하는 사회는 또 어떻게 변할지 모르고.”


-인생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 같다.


“맞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고 살면 된다. ‘내일 일은 난 몰라’ 하라는 게 아니다. 매일 명상하면서, 과연 내가 내 일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했는가 생각한다.”

안현모는 SBS 경제부 기자로 근무하던 2014년. 야근과 술 약속이 매일같이 이어지던 때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는 책을 읽고 명상에 눈을 뜨게 됐다. 인터넷을 뒤져 인도의 ‘원 월드’라는 명상학교를 찾아냈고, 곧바로 짐을 싸 인도로 떠났다. 이후 매일 명상을 하며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내면을 보고 있다.


-명상이란 어떻게 하는 것인가.

“명상은 마음에 손전등을 비추는 일이다. 바다 밑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큰 세계가 존재한다. 마음도 바다처럼 엄연히 존재하는 큰 세상이다. 깜깜한 마음에 손전등 비추면 ‘내 행동이 사실은 이래서 그렇구나’라는 걸 깨닫게 된다. 단순히 눈을 감고 있는 게 아니라 지혜공부를 하는 것이다. ‘나는 어떻게 하면 행복한가’가 중요하지, 성취가 목적이 아니다. 일의 기준도 ‘내가 즐거운가’가 중요하다.”


-당신에게 ‘즐거운 일’은 무엇일까.

“사람을 만나는 일이다. 마음이 커넥트할 수 있는 일이다.


-커넥트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의미하는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단어가 커넥션(connection)이다. 명상으로 나 자신이 깨어나면, 다른 사람이 의식이 보이고, 그래서 다른 이와 커넥트하기 쉬워진다. 지금은 더 많은 사람과 커넥션 하고자 방송활동도 하고 있다. 커넥션 없이, 명성과 커리어를 위해 일하는 방송인이 되고 싶지 않다. 책을 쓰는 것도 사람들과 ‘커넥트’하고 싶어서다. 내가 가진 이미지는 커넥트의 장애가 되기도 한다. 앞으로 여러 활동을 통해 그런 단절을 극복하고 싶다. 장기 프로젝트로 준비중인 책도 커넥션에 관한 것이다. 지금 세상, 기기는 발전해도 사람과 사람의 연결은 단절돼 있다.”

안현모.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장소협찬|일민미술관


● 안현모는?

▲ 1983년 3월28일생
▲ 대원외고 독일어과, 서울대학교 언어학과,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 2009년 12월∼2012년 7월 SBS CNBC 앵커 및 기자
▲ 2012년 7월∼2016년 12월 SBS 기자
▲ 고교시절 치어리딩과 연극, 노래를 좋아해 합창부, 밴드 등 활동
▲ 좋아하는 운동은 수영과 서핑, 재즈댄스와 폴댄스
▲ MBC ‘구내식당 - 남의 회사 유랑기’ 출연
▲ SBS 유튜브 콘텐츠 ‘모모플레이’ 진행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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