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 2차전 선발 류현진, 팀의 신뢰도 확인

입력 2018-10-23 14: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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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한국인투수의 첫 월드시리즈(WS·7전4선승제) 선발등판이 확정됐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1·LA 다저스)이 25일 오전 9시9분(한국시간) 보스턴 레드삭스의 안방 펜웨이파크에서 열리는 WS 2차전을 맡는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보스턴과의 WS 1차전을 하루 앞둔 23일 “1차전에는 클레이튼 커쇼, 2차전에는 류현진, 3차전에는 워커 뷸러가 선발등판한다”고 밝혔다. 4차전은 리치 힐이다.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 원정 2·6차전에서 1패, 평균자책점(ERA) 8.59로 부진했던 류현진을 WS에서도 원정(2·6차전)으로만 기용하는 방안에 대해 로버츠 감독은 “류현진은 시즌 내내 중요한 원정경기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며 굳은 신뢰를 보냈다.

다수의 현지 매체들은 류현진의 홈 3차전(27일) 또는 4차전(28일) 선발등판을 점쳤다. 22일에는 로버츠 감독의 말을 인용해 커쇼와 힐이 1·2차전에 나선다고 보도했다. MLB닷컴은 다저스 선발진에서 유일한 우완인 뷸러의 2차전 선발등판을 내다봤다. 다저스 소식에 정통한 LA 타임즈만 NLCS처럼 커쇼~류현진~뷸러~힐의 순서로 전망했다.

30년 만의 WS 우승을 위해 다저스가 넘어야 할 보스턴은 올 정규시즌 좌완투수에 약한 모습을 보였다. 팀 OPS(출루율+장타율)를 살펴보면 우완을 상대로는 0.817로 메이저리그 전체 1위를 기록했지만, 좌완에는 0.719로 18위에 그쳤다. 메이저리그 최강 수준의 좌완 선발진을 보유한 다저스가 공략해볼 포인트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류현진의 2차전 선발등판이 이해되지 않는다. 보스턴은 뉴욕 양키스와 치른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ALDS),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격돌한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ALCS)에서 좌완 핸디캡을 극복했다. JA 햅, CC 사바시아(이상 양키스), 댈러스 카이클(휴스턴)을 만나 모두 승리했다.

다저스가 일반적인 예상을 벗어난 WS 선발로테이션을 꾸린 이유에 대해선 두 가지 다른 각도에서 접근해볼 수 있다. NLCS 때와 같은 순서로 WS에 나서면 선발투수들의 등판간격을 그대로 유지시키면서 최대한의 휴식을 보장할 수 있다. NLCS를 21일 7차전까지 치르면서 보스턴보다 이틀 늦게 WS 진출을 확정한 까닭에 투수들의 피로도가 누적된 상태라 무리수보다는 안정을 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NLCS 1·5차전에 선발, 7차전에 구원으로 등판한 커쇼만 고생하면 나머지 선발투수들은 최소 4일을 쉬고 WS에 나설 수 있다. 류현진의 경우 20일 NLCS 6차전 이후 5일 만에 WS 2차전에 출격해 보스턴 좌완 데이비드 프라이스와 선발 맞대결을 펼친다. 책임감과 투쟁심이 강한 커쇼가 로버츠 감독과 다저스 수뇌부의 WS 선발로테이션 고민을 덜어준 것으로도 풀이된다. 류현진의 맞상대인 프라이스는 올 시즌 33경기에 등판해 16승7패, ERA 3.68을 기록한 데 이어 이번 가을무대에선 3게임에서 1승1패, ERA 5.11을 올리고 있다.

류현진으로만 국한하면 또 하나의 해석도 가능하다. 류현진은 투수에게는 치명적인 어깨 수술을 받고 성공적으로 재기했다. 선수생명을 건 수술과 기약 없는 재활을 견디고 지난해 기적처럼 복귀해 올해는 한층 강력해진 모습을 보여줬다. 겉으로 드러나는 성적 이면의 강인한 그의 의지를 다저스 수뇌부가 신뢰하고 있음이 WS 2차전 선발 투입으로 다시 한번 분명해졌다.

정재우 전문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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