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극복 능력, 김혜성은 또 하나의 경험치를 추가하다

입력 2018-10-30 21: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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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와 SK 와이번스의 플레이오프 3차전 경기가 열렸다. 5회말 무사에서 넥센 김혜성이 3루타를 날려 그라운드를 질주하고 있다. 고척|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1패가 시즌 종료로 이어지는 엘리미네이션(Elimination) 게임에서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은 정규시즌의 그것과 차원이 다르다. 선택지는 극히 제한돼있다. 극단적인 변화를 시도한다고 해도 무조건 통한다는 보장이 없다 보니 기존의 틀을 흔들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30일 SK 와이번스와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 3차전을 치른 넥센 히어로즈의 처지가 그랬다. 적지에서 1~2차전을 모두 패한 탓에 벼랑에 몰린 것이다.

넥센 장정석 감독은 ‘극단적인 변화’를 택했다. KIA 타이거즈와 와일드카드결정전(WC)~한화 이글스와 준PO, 그리고 앞선 PO 2경기까지 항상 ‘수비’를 강조했던 그가 처음으로 “공격적인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는 말을 꺼냈다. 그 중 하나가 1번타자 김혜성(20) 카드였다. 익숙한 자리는 아니었다. 김혜성 본인도 경기에 앞서 “정규시즌에도 1번타자로 선발출장한 경기가 10게임이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필요한 역할이 있을테니 모든 힘을 쏟아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어딘가 모르게 편안함이 느껴졌다. 1회부터 SK 한동민의 강한 땅볼 타구를 편안하게 처리하며 실전 감각에 따른 우려를 불식시켰다.

그간 선발출장하지 못한 아쉬움을 씻고 싶었다. 타석에서도 공 하나하나 신중하게 접근했다.첫 타석부터 볼넷으로 걸어 나가며 리드오프로서 역할을 잘 해냈다. 2-1로 역전에 성공한 2회에는 좌전 안타를 터트렸다. 준PO 이후 기록한 첫 번째 안타라 의미가 컸다. SK 선발투수 박종훈의 시속 129㎞ 투심패스트볼(이하 투심)을 강하게 밀어친 결과가 좋았다. 공격에도 문제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백미는 2-2로 팽팽히 맞선 5회였다. 동점 허용 직후 공격에서 선두타자의 중압감은 엄청나다.그러나 김혜성에게 어떤 흔들림도 느껴지지 않았다. 박종훈의 초구 시속 120㎞ 커브를 지켜본 뒤 2구째 시속 123㎞ 체인지업을 받아쳐 우중간을 가르는 3루타로 연결했다. 고척스카이돔의 넓은 좌·우중간을 활용한 갭투갭 히팅이었다. 특유의 빠른 발까지 더하니 편안하게 3루에 안착할 수 있었다. 이어진 송성문의 중견수 뜬공 때도 재빠르게 홈을 파고들며 득점에 성공했다. 3-2의 승리를 이끈 결승 득점이었다.

김혜성은 PO 2차전 때까지만 해도 2루 경쟁자인 선배 송성문의 활약에 다소 가려져 있었다. 장 감독도 흐름이 좋은 송성문을 적극적으로 기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팀의 2018시즌이 끝날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김혜성을 기용했다. 야구에 목말랐던 소년은 완벽하게 보답했다. ‘혜성특급’에게는 또 하나의 경험치가 추가됐다. 그 경험치는 위기극복 능력이다.

고척|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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