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 로맥(왼쪽)-넥센 박병호. 스포츠동아DB
‘2018 신한은행 MYCAR KBO리그’ 포스트시즌(PS) 플레이오프(PO)에 나선 SK 와이번스 트레이 힐만 감독과 넥센 히어로즈 장정석 감독 모두 4번타자에 대한 믿음 하나만큼은 확고했다. 1차전부터 5차전까지 그 자리에 어떤 변화도 주지 않았다. SK 제이미 로맥과 넥센 박병호가 그들이다. 힐만 감독은 2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PO 5차전에 앞서 타순을 공개할 때 1번(김강민)과 4번타자는 언급하지 않았다. 장 감독은 “박병호는 그 자리(4번타순)에 있어주기만 하면 된다”고 밝혔다.
팀의 4번타자는 엄청난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 득점 기회에서 해결사 본능을 뽐내는 존재여서다. 그만큼 큰 책임감을 느끼고 타석에 선다. SK와 넥센은 4차전까지 2승2패로 팽팽하게 맞섰는데, 이 기간에 로맥과 박병호 모두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다. 로맥은 1~4차전에 모두 선발출장했지만, 16타수2안타(타율 0.125), 1홈런, 1타점, 출루율 0.176으로 부진했다. 박병호도 같은 기간 14타수1안타(타율 0.071)에 그쳤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5차전, 둘 다 절실함을 안고 타석에 섰다. 3차전에서 넥센 한현희의 공에 팔을 강타당했던 로맥은 “하루 쉬면서 상태가 훨씬 나아졌다. 손목 보호대를 착용했던 게 큰 도움이 됐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먼저 반전 드라마를 쓴 쪽은 로맥이었다. 0-3으로 끌려가던 6회말 1사 1·2루에서 넥센 선발투수 제이크 브리검의 초구 슬라이더(시속 139㎞)를 공략해 좌측 담장을 넘기는 동점 3점홈런을 터트렸다. 타구를 응시하던 로맥은 홈런임을 확인하고는 덕아웃을 향해 포효했다. 분위기가 완전히 넘어갈 뻔한 상황에서 만들어낸 반전이었다. 이후 두 타석에선 모두 담장 근처까지 타구를 보냈다. 타격감이 살아났다는 증거였다.
박병호도 마찬가지였다. 도무지 타격감이 살아날 것 같지 않았다. 6회 무사 1·2루에서도 헛스윙 삼진으로 돌아섰다. 그러나 4번타자의 클래스는 그대로였다. 8회 1사 1루에서 이번 PO 두 번째 안타를 터트렸다. 좌익수쪽으로 쭉 뻗는 타구의 질은 다음을 기대하기 충분했고, 극적으로 한 번 더 기회가 찾아왔다. 7-9로 뒤진 9회 2사 2루에서 신재웅을 상대로 우측 담장을 넘기는 동점 2점홈런을 터트리며 SK 홈팬들을 침묵에 빠트렸다. 그토록 기다렸던 PO 첫 홈런이 극적인 순간에 나왔다.
마지막에 웃은 쪽은 SK였다. 9-10으로 뒤진 10회말 선두타자 김강민과 한동민이 백투백홈런을 터트리며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11-10 승리). 로맥은 4일부터 시작하는 두산 베어스와 KS에서 살아난 타격감을 이어갈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박병호는 아쉽게 2018시즌을 마감해야 했다.
인천|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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