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장정석 감독(왼쪽). 스포츠동아DB
2018시즌 초반은 PS 진출에 실패한 부임 첫해(2017시즌) 이상으로 힘겨웠다. 주전 포수 박동원과 마무리투수 조상우가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돼 전력에서 이탈했고, 박병호와 서건창, 이정후, 김하성, 고종욱 등 주축 타자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부상으로 자리를 비웠다. 현금 트레이드 파문까지 터지면서 그야말로 사면초가의 신세가 됐다. 이때도 장 감독은 흔들리지 않았다. 선수들에게 좋을 게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다행히 선수들은 침착하게 경기에 집중했다.주장 완장을 넘겨받은 김민성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이기는 것뿐이다. 외부의 일은 우리가 컨트롤할 수 없으니 할 수 있는 것만 잘하자”고 했다. 평균연령 25.5세의 젊은 팀이 악재를 딛고 일어설 수 있었던 계기다.
어떤 상황에도 선수의 기를 꺾지 않는다. 일례로 10연승에 성공한 8월 14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김규민이 연달아 실책을 저지르자 그를 교체하면서도 직접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했고, 경기 직후에는 “네가 지금까지 해준 게 있다. 팀이 이겼으니 기죽지 말라”고 격려했다. 결국 김규민은 다음날부터 자신감을 되찾았다.
PS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박병호가 PO 4차전까지 14타수1안타의 극심한 부진을 보였지만, “그 자리(4번타순)에 있어주기만 하면 된다”는 말로 믿음을 보냈다. PO 5차전(10-11 패배)을 마친 뒤에도 침착함을 유지했다. 라커룸에서 기자회견장으로 이동하는 내내 그랬다. 그리고 “아쉬운 게 어디 있나. 선수들과 내 커리어에 큰 자산이 될 PS였다. 선수들에게 큰 절이라도 해야 할 판”이라고 자신을 낮췄다. 선수들도 수장의 말에 크게 감동했다. 젊은 선수들은 “감독님 덕분에 기죽지 않고 야구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패배를 두려워하지 않는 과감한 전략과 ‘낮춤’의 리더십을 앞세운 장 감독에게 명장의 향기가 느껴지는 이유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