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제천 코보컵 가짜 폭발물 전화 사건의 후폭풍

입력 2018-11-05 14: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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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정말로 홧김에 그랬을까?

9월 16일 제천 KOVO컵 결승전 때 가짜 폭발물설치 신고전화를 했던 22세의 남자가 구속 기소됐다. 지난 1일 청주지검 제천지청이 이를 공개했다.

그동안 검찰은 신고전화가 걸려온 경로를 추적해 발신지와 발신자를 특정했다. 해외에 거주하는 관련자에게는 귀국을 종용했다. 사건이 종결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관련자의 직접조사를 마쳐야 한다. 그 조사의 결과가 구속 기소다.

당시 제천시청에 두 차례 걸려온 폭발물설치 전화에 소방당국과 폭발물제거반 등이 긴급히 출동했다. 연락을 받은 한국배구연맹(KOVO)도 보안요원을 동원해 제천실내체육관 내부를 샅샅이 수색했다. 승패가 일찍 기울어진 데다 신고가 허위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KOVO는 경기를 중단시키지 않았다.

제천소방서 등은 혹여 관중들이 패닉 상태에서 서둘러 대피하다 안전사고가 날 것을 우려해 밖에서 조용히 대기하고 있었다. 시상식 등의 행사를 끝내고 모든 관중들을 안전하게 대피시킨 다음에 수색을 했다.

현재 겉으로 드러난 것은 업무집행방해 및 협박혐의로구속된 그가 캄보디아에서 홧김에 폭발물 신고를 한 것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복잡하다. 해외에서 추적을 따돌리려고 회사 인터넷전화를 이용해 두 차례나 신고를 한 것도 그렇고 3세트 중간에 전화를 건 타이밍도 단순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구단 관계자들은 불법스포츠 도박과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단순한 장난이 아니라 결승전을 중단시키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는 것이다. 이날 결승전에서 패한 KB손해보험에 많은 돈을 베팅했던 그가 경기상황이 불리해지자 경기를 무효로 만들기 위해 벌인 행동이라고 확신한다. 그가 공식 스포츠도박을 한 것인지 아니면 불법사설 스포츠도박에 베팅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누구보다 이쪽 사정에 밝은 그가 많은 돈을 잃게 되자 생각해낸 방법이 폭발물설치 전화였다면 과연 범인은 무엇을 믿고 이 같은 무모한 짓을 할 만큼 많은 돈을 베팅했을지 그 배경이 더 궁금해진다.

검찰의 도박자금 추적과정에서 또 다른 진실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자세한 내용은 재판과정에서 밝혀지겠고 이제 공은 KOVO에 넘어왔다. 경기를 중단시키기 위한 누군가의 이런 의도적인 행위를 막을 방법이 현재로서는 없다는 사실이 문제다. 일일이 걸려오는 모든 전화에 반응해 섣불리 경기를 중단시킬 수 없는 것이 프로 스포츠의 속성이다.

수많은 관중과 시청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명확히 확인되지 않은 이유로 쉽게 경기를 중단하기는 어렵다. 또 안전을 생각해 경기를 중단시킨다 해도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보안요원과 소방당국이 체육관을 수색해서 안전이 확인된 경우 다시 경기를 진행하면 되지만 수색시간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 밖으로 내보낸 관중은 어떻게 대해야 할지, 또 관중들이 기다리는 도중 환불을 요구하면 어떻게 처리할지 등 생각할 것이 참으로 많다.

일단 경기를 중단시킨 다음에 서스펜디드 경기로 넘겨 다음에 그 상황에서 경기를 재개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재경기 때 반드시 있어야 할 선수들이 부상으로 빠지거나 이적됐을 경우는 어떻게 할 것인지도 KOVO는 미리 규정을 따져봐야 한다. 이처럼 판단해야 할 사항이 하나둘이 아니어서 이번 사건을 결코 단순한 해프닝으로 보고 넘기기가 어렵다. 경계하자. 스포츠도박 꾼들은 경기와 선수들의 빈틈을 항상 노리고 있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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