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일 영결식’ 엄앵란 “다시 만나면 선녀처럼 잘할게요”

입력 2018-11-06 15: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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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엄앵란.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지금은 억지로 눈물을 참고 있습니다. 이따 밤 12시에 이부자리에서 실컷 울 거예요.”

배우 엄앵란이 남편 신성일을 먼저 떠나보는 자리에서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고 신성일의 영결식이 6일 오전 10시 서울 풍납동 서울아산병원에서 엄수됐다. 배우 독고영재의 사회로 진행된 영결식에는 유가족을 비롯해 공동장례위원장을 맡은 배우 안성기,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명예집행위원장, 오석근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등 영화관계자들과 조문객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유가족을 대표해 고인과 조문객에게 인사한 엄앵란은 “이 자리에 가만히 앉아 (영정)사진을 지켜보니 참, 당신도 늙고, 나도 많이 늙었네, 그런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세상을 떠나보내면서 나는 울면서 보내고 싶지 않다. 마음이 아파서 억지로 울지 않고 있다”며 “밤 12시에 이부자리에서 실컷 울겠다”고 했다.

이어 “사람들은 내가 왜 울지 않느냐고 묻는데, 울면, 울면, 그 망자가 걸음을 못 뗀다고 한다”고 천천히 말을 이었다.

1964년 결혼해 올해로 결혼 54년째인 부부는 말로는 다 못 할 시간을 보냈다. 엄앵란은 그 과정을 “희로애락”과 “엉망진창”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우리 둘이 참 희로애락도 많고 엉망진창으로 살았다”고 돌이키면서 “신성일이 다시 태어나서 우리가 다시 산다면 아주 선녀같이 공경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런데 이미 때가 늦었다”고 말끝을 흐렸다.

문득 영결식에 모인 조문객을 향해 “그러니 여기 계신 여러분도, 부인들에게 잘하세요”라며 “잘하면 복이 온다고요”라는 말도 덧붙였다.

아내와 가족 그리고 한 시대를 함께 보낸 동료 영화인들의 추모 속에 눈을 감은 고인은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한 후 고향인 경북 영천의 선영에 잠든다.

스포츠동아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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