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토 코치가 말한다, 정수빈의 ‘짧게 쥔 배트’에 숨겨진 비밀

입력 2018-11-07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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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 정수빈은 SK 와이번스와의 한국시리즈에서 방망이를 평소보다 더 짧게 잡고 있다. 배트 컨트롤을 높여 한결 정확하고 빠른 타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스포츠동아DB

SK 와이번스와의 2018 한국시리즈(KS)에서 두산 베어스 정수빈(28)의 배트 그립은 많은 이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배트를 무척 짧게 쥐고 타격하는 모습이 흥미로운데, 이는 ‘세계에서 가장 배트를 짧게 잡는 타자’로 손꼽히는 전 일본프로야구(NPB) 선수 오미치 노리요시(현 소프트뱅크 호크스 코치)와 견줄 정도다. 정수빈은 기존에도 배트를 짧게 잡긴 했지만, 지금은 아예 배트의 3분의2 정도 길이만으로 타격한다고 봐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 성공적 변신, 딱 맞는 배트 그립을 찾다

KS 1~2차전 2경기에서 9타수3안타(타율 0.333), 1타점을 기록했다. 범타로 물러났을 때도 타구 질이 나쁘지 않았고, 삼진은 단 한 개도 당하지 않았다. 성공적인 변신이라는 의미다. 정수빈은 “배트를 컨트롤하기 쉽고 그만큼 빠르게 타격할 수 있다. 다양한 타격폼을 시도해봤는데, 배트를 짧게 잡는 게 내게는 잘 맞는다”며 “아예 배트 중심을 헤드 근처로 옮겨놓은 것인데, 쳐야 할 공은 반드시 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파울이 될 공도 앞으로 정확히 쳐내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수빈은 “2006년 요미우리에서 뛴 우타자인데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며 오미치의 배트 그립을 예로 들었다. 오미치는 2006~2007년 요미우리에서 이승엽과 한솥밥을 먹는 등 NPB에서 22년간 1356경기에 출장한 타자다. 175㎝·70㎏의 날쌘돌이 정수빈과 달리 185㎝·99㎏의 거구였지만, 큰 스윙으로는 살아남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타격 스타일을 바꾼 케이스다. 오미치의 입단 동기(1987년)였던 고토 고지 두산 타격코치는 “오미치는 대타 요원이었는데, 팀에서 그에게 홈런이 아닌 정확한 타격을 원한다는 것을 간파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공을 배트 중심에 맞히는 것만으로도 홈런을 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타자”라고 밝혔다.

두산 베어스 고토 고지 타격코치가 정수빈의 배트를 꺼내 보이며 타격론을 설명하고 있다. 배트 중심에 공이 맞은 흔적이 남아있다. 잠실|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 ‘싱’ 활용도 만점, 고토 코치의 생각은

고토 코치는 정수빈의 배트를 직접 꺼내 보이며 열정적으로 설명을 이어갔다. “정수빈에게 왜 배트를 짧게 잡는지는 물어보지 않았다. 스윗 스팟(배트 중심)에 공을 맞히는 게 가장 좋은 타격인데, 정수빈의 배트를 보면 그 부분에 자국이 많이 남아있다”며 배트 중심을 뜻하는 일본어 ‘싱(芯)’을 언급했다. 덧붙여 “헤드뿐만 아니라 손잡이 쪽에도 싱이 있다. 배트 중심에 공을 잘 맞히려면 손잡이 부분의 싱을 잘 잡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정수빈이 손잡이 부분을 효과적으로 활용한다는 의미였다.

배트 길이를 줄이는 것은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했다. 이에 고토 코치는 “배트는 나무로 만들어졌다”고 껄껄 웃으며 “꼬리(손잡이)를 자르면 헤드의 중심도 움직인다. 골프채도 사용법이 다 다르지 않나”고 했다. 정수빈도 “헤드의 무게를 활용하려면 배트의 길이가 더 짧아선 안 된다”고 했다. 과거에도 아오키 노리치카(야쿠르트 스왈로스)의 타격론을 공부하는 등 연구를 쉬지 않았던 정수빈의 도전에는 쉼표가 없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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