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출국’. 사진제공|디씨드
제작진의 주장처럼 오해일까, 아니면 마땅히 제기될 수 있는 합리적인 의심일까.
14일 개봉하는 이범수 주연의 영화 ‘출국’(감독 노규엽·제작 디씨드)이 작품 공개 전부터 여러 시선을 받고 있다. 이 영화는 2년 전 국정농단 사태와 맞물려 세상에 드러난 영화계 ‘블랙리스트’의 반대편에서 암묵적으로 수혜를 입은 ‘화이트리스트’ 영화라는 논란에 줄곧 휘말려 왔기 때문이다.
개봉을 앞두고 당초 제목인 ‘사선에서’에서 ‘출국’으로 제목을 바꾼 영화는 박근혜 정권의 영화계 블랙리스트 실태가 구체적으로 드러난 지난해 초 제작비의 상당부분을 정부 측으로부터 지원을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국가주의적인 영화를 장려하는 분위기 아래 모태펀드(벤처캐피탈에 출자하는 정부기금)의 수혜 의혹, 영화진흥위원회 내 가족영화지원에서 8억원을 받은 사실이 이를 뒷받침했다.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해 제작진이 밝힌 ‘출국’의 총제작비는 65억원. 화이트리스트 의혹을 제기한 쪽은 “제작비 45억원 가운데 43억원이 정부지원금”이라고 주장하지만, 제작사는 “65억원 가운데 35억원은 세 곳의 투자회사에서, 22억원은 민간 투자금으로 구성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이와 함께 영화 스토리 역시 여러 해석과 시선을 낳게 한다. 영화는 1986년 베를린 유학 도중 월북한 경제학자가 이내 북한 체제의 실상을 깨닫고 다시 탈출하는 과정에서 북한에 납치된 아내와 두 딸을 찾으려는 사투를 그리고 있다. 1980년대 독일에서 활발히 이뤄진 납북 공작 역시 이야기의 주요 축이다. 2016년 12월 촬영을 마치고 당초 지난해 4월 개봉을 추진했지만 여러 논란이 불거지자 공개시기를 늦췄고 제목도 바꿨다.
영화는 실화를 모티프 삼았다. 독일서 월북했다가 탈출하면서 실제로 두 딸 그리고 아내와 헤어진 오길남 박사의 사연이다. 완성된 영화에서는 이념의 갈등이나 정치적인 색채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의혹의 시선까지는 말끔히 사라지지 않은 상태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