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단일 PS 홈런 1위’ SK, ‘문학런’에 대한 반문

입력 2018-11-0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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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와이번스는 8일까지 올해 포스트시즌(PS) 8경기에서 18홈런을 때려 KBO 단일시즌 PS 홈런 1위 신기록을 세웠다. 크기가 작은 홈구장을 사용한다는 오해는 SK 타자들의 파워를 폄하하는 흠집 내기에 불과하다. 4일 한국시리즈(KS) 1차전에서 홈런을 터뜨린 박정권(왼쪽)이 김동엽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SK 와이번스는 플레이오프 5경기와 한국시리즈(KS) 3게임 등 8일까지 올 포스트시즌(PS) 8경기에서 18홈런을 때려냈다. KBO리그 단일 PS 홈런 1위 신기록이다. 종전 1위였던 2001년 두산 베어스(17홈런)의 기록을 7일 KS 3차전에서 뛰어넘었다. 지난해 정규시즌 팀 최다 홈런 신기록(234개)을 세운 데 이어 올해도 233홈런으로 1위를 지킨 팀답다. 홈런은 SK의 분명한 팀 컬러다.


● ‘문학런’에 대한 오해

하지만 여기에는 늘 ‘문학런(문학+홈런)’이라는 조롱이 뒤따른다. 타 구장에서 안 넘어갈 타구가 인천 SK행복드림구장이라 넘어갔다는 의미다. 인천구장이 ‘홈런공장’으로 불리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작은 크기, 둘째는 낮은 펜스 높이다. 인천구장은 좌우 95m, 중앙 125m에 펜스는 2.42m로 10개 구단 메인 구장 가운데 좌우 길이가 가장 좁고 펜스 높이는 가장 낮다.

그렇다면 ‘문학런’은 사실일까. KBO 공식 홈런 비거리는 기록원이 눈대중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정확도가 낮다. 이는 ‘트랙맨 레이더’ 덕에 개선됐다. 트랙맨은 군용 레이더를 이용한 시스템으로 타구 속도, 비거리, 발사각도 등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다.

트랙맨 데이터를 제공하는 ‘애슬릿미디어’에 따르면 올 시즌 SK의 홈런 평균 비거리는 120.05m다. 전국 어느 구장이든 홈런이어도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SK는 비거리 130m가 넘는 초대형 홈런을 18개 때려냈다. 이 평균에는 왜곡이 있다. 정확한 측정을 위해서는 인천에서 나온 낮은 비거리 홈런 타구를 살펴봐야 한다. SK가 홈에서 때린 홈런 중 비거리 100m 미만은 단 세 개뿐이다. 105m 미만으로 기준을 높이더라도 9개다. 단순히 비거리만 놓고 봤을 때, ‘문학런’은 설득력을 잃는다.

다음은 발사각도다. 일정한 타구속도와 비거리가 담보됐을 때, 타구각도가 26~30도 사이에 형성된다면 홈런 가능성이 높다고 여긴다. 아슬아슬한 홈런 타구의 경우 각도가 26도보다 낮다면 인천의 낮은 펜스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SK가 때려낸 홈런 중 비거리 110m·발사각 26도 이하 타구는 5개뿐이다. 발사각도와 비거리로 살펴봤을 때, SK가 때려낸 홈런은 잠실 정도를 제외한 대부분 구장에서도 담장 밖으로 떨어졌을 것이다.


● 폄하해서는 안 될 전략의 승리

SK는 올 시즌 팀 평균자책점 4.67로 1위에 올랐다. 홈런 위험성이 높은 구장을 홈으로 쓰며 만든 기록이다. 눈여겨볼 기록은 땅볼/뜬공 비율이다. 뜬공 비율이 높은 투수는 인천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SK는 2016년(1.31·1위)~2017년(1.11·2위)~2018년(1.08·4위) 모두 이 지표 상위권에 올랐다. 구단 차원에서 땅볼 투수 수집 및 기용에 나선 결과다. 타선은 홈런 비율이 높은 선수들로 채웠고 마운드에는 땅볼 유도 투수의 기용 빈도를 늘렸다. 홈구장의 특성을 정확히 활용했다. SK가 수년 전부터 준비해 온 전략의 승리를 문학런으로 폄하해서는 안 된다.

인천|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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