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 감동 안긴 KT의 ‘키다리 청년’ 김민욱

입력 2018-11-10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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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의 ‘키다리 청년’ 김민욱은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선수다. 구단 직원들은 두 차례나 그에게 감동을 받았다. 사진제공|KBL

KT의 ‘키다리 청년’ 김민욱은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선수다. 구단 직원들은 두 차례나 그에게 감동을 받았다. 사진제공|KBL

명작소설 ‘키다리 아저씨’는 풋풋한 첫사랑의 감정을 예쁘게 담아낸 작품으로 손꼽힌다. 말괄량이 주인공 주디를 지켜주는 키다리 아저씨의 따뜻한 마음씨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감동을 자아낸다.

프로농구 부산 KT에는 ‘키다리 아저씨’만큼이나 마음 따뜻한 ‘키다리 청년’ 김민욱(28·205㎝)이 있다. 농구계에서 마음씨 좋기로 잘 알려진 김민욱은 최근 몇 개월 사이 두 차례나 구단 직원들을 감동시킨 바 있다.

● ‘FA 대박’ 감사의 뜻 담은 선물


김민욱은 지난 5월 계약기간 5년·보수총액 2억6000만원의 조건으로 KT와 FA 재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과정에서 구단과 김민욱 간 이견이 있어 줄다리기가 이어졌고, 원 소속구단 협상기간 마감시한을 넘기기 직전에 어렵게 도장을 찍었다.

FA 재계약 체결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김민욱은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KT체육관(올레빅토리움)을 찾았다.

KT 구단관계자는 “(김)민욱이가 한구석에서 뭔가 포장을 하고 있더라. 뭐하느냐고 물었더니 ‘그냥 할 것이 있다’면서 웃더라”고 말했다. 이는 KT 구단 직원들을 위해 준비한 선물을 직접 포장하는 것이었다.

김민욱은 KT 최현준 단장 이하 구단 전 직원에게 고급 스킨케어 세트를 선물했다. 최 단장은 “농구단에서 오랫동안 일을 해왔지만 선수에게 선물을 받기는 처음이었다”며 웃었다.

김민욱은 “계약 과정이 어렵기는 했지만 구단에서 나를 잘 평가해준 덕분에 좋은 조건에 계약을 체결했다. 단장님부터 모든 직원들이 선수들을 위해 고생을 하시지 않는가. 감사함을 표시하기 위해 선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 “민욱이가 270㎜ 운동화를 신청했다고?”


KT는 정규리그 기간 중에는 한 달에 한 차례씩 선수들에게 농구화를 지급한다. 개막 첫 라운드에는 농구화와 함께 평상시에 신는 러닝화도 신청을 받는다. 농구화, 러닝화 목록에서 자신이 원하는 모델과 사이즈를 기입하면 이에 맞춰 구단이 구매를 한다.

얼마 전 KT는 선수들에게 농구화와 러닝화 신청을 받았다. 그런데 김민욱이 기재한 사이즈가 뭔가 이상했다. 농구화는 자신이 원하는 모델과 사이즈(310㎜)가 적혀 있었지만, 러닝화에는 모델명과 270㎜ 사이즈가 적혀 있었다.

KT 관계자는 “과거 가장 비싼 농구화를 신청해 지급을 받은 뒤 구단이 구매한 매장을 찾아가 저렴한 농구화로 바꿔 남은 돈을 자기가 챙기는 선수들도 몇몇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민욱이에게 270㎜ 러닝화를 신청한 이유를 물었다”고 말했다.

김민욱이 신청한 270㎜ 러닝화는 팀의 트레이너를 위한 것이었다. 그는 “막내 트레이너가 인턴 개념으로 일하고 있는데 운동화가 필요한 것 같더라. 나는 여름에 러닝화를 한 차례 지급받기도 했고 평소에 신는 운동화도 있다. 그래서 내 것으로 신청을 해서 줬다”고 밝혔다.

이 이야기를 들은 KT 직원들은 다시 한번 마음이 따뜻해졌다. 이 관계자는 “민욱이의 성품을 알면서도 굳이 확인을 하려 한 것이 괜히 미안하더라. 민욱이는 농구선수이기 전에 정말 좋은 사람이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민욱은 “직원분들이 나를 너무 잘 봐주신 것 같다. 평소에 (김)영환이 형이 스태프들을 잘 챙긴다. 이번에는 내가 트레이너를 좀 챙겨줘야겠다고 생각한 것뿐이다”라며 해맑게 웃었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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