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의 ‘키다리 청년’ 김민욱은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선수다. 구단 직원들은 두 차례나 그에게 감동을 받았다. 사진제공|KBL
프로농구 부산 KT에는 ‘키다리 아저씨’만큼이나 마음 따뜻한 ‘키다리 청년’ 김민욱(28·205㎝)이 있다. 농구계에서 마음씨 좋기로 잘 알려진 김민욱은 최근 몇 개월 사이 두 차례나 구단 직원들을 감동시킨 바 있다.
● ‘FA 대박’ 감사의 뜻 담은 선물
김민욱은 지난 5월 계약기간 5년·보수총액 2억6000만원의 조건으로 KT와 FA 재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과정에서 구단과 김민욱 간 이견이 있어 줄다리기가 이어졌고, 원 소속구단 협상기간 마감시한을 넘기기 직전에 어렵게 도장을 찍었다.
FA 재계약 체결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김민욱은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KT체육관(올레빅토리움)을 찾았다.
KT 구단관계자는 “(김)민욱이가 한구석에서 뭔가 포장을 하고 있더라. 뭐하느냐고 물었더니 ‘그냥 할 것이 있다’면서 웃더라”고 말했다. 이는 KT 구단 직원들을 위해 준비한 선물을 직접 포장하는 것이었다.
김민욱은 KT 최현준 단장 이하 구단 전 직원에게 고급 스킨케어 세트를 선물했다. 최 단장은 “농구단에서 오랫동안 일을 해왔지만 선수에게 선물을 받기는 처음이었다”며 웃었다.
김민욱은 “계약 과정이 어렵기는 했지만 구단에서 나를 잘 평가해준 덕분에 좋은 조건에 계약을 체결했다. 단장님부터 모든 직원들이 선수들을 위해 고생을 하시지 않는가. 감사함을 표시하기 위해 선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 “민욱이가 270㎜ 운동화를 신청했다고?”
KT는 정규리그 기간 중에는 한 달에 한 차례씩 선수들에게 농구화를 지급한다. 개막 첫 라운드에는 농구화와 함께 평상시에 신는 러닝화도 신청을 받는다. 농구화, 러닝화 목록에서 자신이 원하는 모델과 사이즈를 기입하면 이에 맞춰 구단이 구매를 한다.
얼마 전 KT는 선수들에게 농구화와 러닝화 신청을 받았다. 그런데 김민욱이 기재한 사이즈가 뭔가 이상했다. 농구화는 자신이 원하는 모델과 사이즈(310㎜)가 적혀 있었지만, 러닝화에는 모델명과 270㎜ 사이즈가 적혀 있었다.
KT 관계자는 “과거 가장 비싼 농구화를 신청해 지급을 받은 뒤 구단이 구매한 매장을 찾아가 저렴한 농구화로 바꿔 남은 돈을 자기가 챙기는 선수들도 몇몇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민욱이에게 270㎜ 러닝화를 신청한 이유를 물었다”고 말했다.
김민욱이 신청한 270㎜ 러닝화는 팀의 트레이너를 위한 것이었다. 그는 “막내 트레이너가 인턴 개념으로 일하고 있는데 운동화가 필요한 것 같더라. 나는 여름에 러닝화를 한 차례 지급받기도 했고 평소에 신는 운동화도 있다. 그래서 내 것으로 신청을 해서 줬다”고 밝혔다.
이 이야기를 들은 KT 직원들은 다시 한번 마음이 따뜻해졌다. 이 관계자는 “민욱이의 성품을 알면서도 굳이 확인을 하려 한 것이 괜히 미안하더라. 민욱이는 농구선수이기 전에 정말 좋은 사람이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민욱은 “직원분들이 나를 너무 잘 봐주신 것 같다. 평소에 (김)영환이 형이 스태프들을 잘 챙긴다. 이번에는 내가 트레이너를 좀 챙겨줘야겠다고 생각한 것뿐이다”라며 해맑게 웃었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