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자진사퇴가 총재의 소신에 부합하리라 믿는다”고 말하고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스포츠동아DB
선동열 대표팀 전임 감독에게 상당한 심리적 압박이 될 수 있는 문제적 발언이었다. 질의를 한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미 수차례 국가대표 전임감독제에 대한 반감을 표현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금메달에 대해 “그 우승이 그렇게 어려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도 했다. 이 모두 선동열 감독에게는 크게 모욕적이었다.
결국 선 감독은 14일 스스로 대표팀 사령탑에서 물러났다. 장윤호 사무총장은 “정운찬 총재가 복도까지 나와 선 감독의 사임을 만류했다”고 전했지만, 이미 뜻이 기운 선 감독의 마음을 돌리지는 못했다.
KBO 정운찬 총재는 국정감사에서 “전임감독제를 찬성하지 않는다”는 말을 했다. 14일 사퇴 의사를 전한 선동열 한국야구대표팀 감독을 겨냥한 말이었다. 스포츠동아DB
정 총재의 국감 발언은 경황이 없는 가운데 나온 실수라고 해석되기도 했다. 그러나 아니었다. 정 총재는 이후 단 한번도 선 감독을 만나지 않았다. 개인적 의견이라고 하지만 공식적인 자리에서 전임감독제를 반대했다면 커미셔너로서 감독을 만나 이해를 구했어야 옳다. 장 총장이 총재를 대신해 정 총재의 국감 발언 이틀 뒤 선 감독을 만났지만 이는 자존심을 더 짓밟을 뿐이었다. 뒤늦게 복도까지 ¤아 나왔지만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뒤였다.
선 감독은 사퇴하며 정 총재의 발언에 대해 “전임감독제에 대한 총재의 생각을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자진사퇴가 총재의 소신에 부합하리라 믿습니다”고 밝혔다. 손 의원의 말과 관련해서는 “사퇴결심을 확고히 하는데 도움이 됐습니다”는 말을 남겼다.
국민스포츠로 불리는 야구 대표팀 감독은 최고의 지도자 인생을 걸어야 맡을 수 있는 자리다. 깊은 애정만큼 팬들의 눈높이는 매우 높다. 현역 감독들이 모두 정중하게 그리고 완강하게 사양하는 이유다.
전임감독제는 한 때 KBO리그 구성원들의 숙원 과제 중 하나였고, 어려운 과정을 거쳐 탄생했다. 정 총재는 전임감독제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정리해야 한다. 아울러 이제 자신이 주도해 선발해야 하는 새 감독, 혹은 새 시스템으로 KBO리그의 명운이 걸려있을지도 모르는 WBSC 프리미어12(2019년)~도쿄올림픽(2020년)을 치러야 한다. 그 동안은 자신의 임기 전 취임한 감독이 있었지만 이제는 다르다.
야구계에서는 정 총재 체제 출범 이후 KBO 수뇌부의 연이은 헛스윙 행보에 꾸준히 우려의 시선이 제기돼 왔다. 정 총재가 곰곰이 되짚어봐야 할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