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송승헌 “놀면서 촬영했는데…‘뺀질이’ 연기 잘했대요”

입력 2018-11-19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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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헌이 달라졌다. 한때 연기를 “돈벌이 수단”으로만 여기다 30대 후반부터 연기에 대한 자세와 생각이 달라지면서 욕심까지 생겼다고 했다. 사진제공|더좋은 이엔티

■ OCN 드라마 ‘플레이어’를 끝내고…송승헌

“새롭다” 팬들 반응에 내가 놀라
‘닫힌 이미지’ 벗어나게 돼 다행
나도 술 마시고 때론 욕도 하지요
꿈? 멋지게 나이 드는 배우 될래요


연기자 송승헌(42)은 1995년 아르바이트 삼아 한 의류 브랜드 카탈로그 모델로 나선 것을 계기로 연예계에 데뷔했다. 이전까지 평범한 삶을 살았던 그는 “갑작스럽게 다른 세상”에 발을 들여놓게 됐다. 대중의 뜨거운 반응이 낯설기만 했다. 몰래카메라로 장난치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러한 기분은 30대 중반까지 이어졌다. 최고의 톱스타로 활약하는 송승헌이 이러한 고민을 하고 있을 거라 어느 누가 예상했을까. 그러나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하지 않았나. 그는 지금 서 있는 이 ‘세상’이 자신이 있어야 할 곳임을 실감하고 있다.

“30대 중반까지 연기에 큰 흥미가 없었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시작해 연기는 밥벌이 수단으로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내 길이 아니라고 여겼다. 당연히 열심히 준비하고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중의 평가가 나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누군가는 제 연기를 보고 행복을 느꼈다고 하더라. 제 자신이 창피하고 쑥스러웠다.”

연기력을 지적하는 댓글에도 개의치 않았다. 그는 “성격 자체가 스트레스를 받는 타입이 아니다”며 “신경 쓰이고 가슴이 아프긴 했지만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고 한다. 이어 “지금은 나이를 먹어서 더 무던해진 것 같다. 성격의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했다.

데뷔 15년을 맞은 스타의 솔직한 고백이다. 이렇게까지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기란 쉽지 않다. “30대 후반부터 연기를 대하는 자세가 변했다”는 그의 말은 대중으로 하여금 이전까지 송승헌의 연기는 진심이 담기지 않았을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제 직업이 소중하다는 걸 늦게라도 알게 되어서 다행”이라며 미소 짓는다.

지난 11일 종영한 OCN 드라마 ‘플레이어’에서의 송승헌. 사진제공|OCN


송승헌은 2014년 영화 ‘인간중독’이 연기 인생에 결정적 터닝 포인트가 됐다고 했다. 이후 작품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서 지난해 케이블채널 OCN 드라마 ‘블랙’에 이어 최근 종영한 ‘플레이어’에 도전했다. 20대까지만 해도 이미지를 떠나 이왕이면 “멋진” 캐릭터를 선호했던 그가 ‘플레이어’에서는 사기꾼으로 분해 능청스럽고 뺀질거리는 모습으로 시청자와 만났다.

“‘힘 빼고 연기하라’는 의미를 이번에 알았다. 대충 놀면서 촬영한 것 같은데 힘줘서 했을 때보다 평가가 좋았다. 신기하더라. ‘송승헌 다시 봤다, 새롭다’는 반응은 충격이기까지 했다. 15년 만에 복귀한 것도 아닌데. 하하! 앞으로 활동 방향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다양한 캐릭터를 맡아 그동안 보여주지 않은 모습을 공개해야겠다.”

송승헌은 자신의 이미지가 대중에게 이렇게 “닫혀 있었다”며 새삼 놀라워한다. 오해를 풀고자 한다. “저도 보통의 남자들처럼 친구들 만나 술 마시며 웃고 떠들고 농담하며 때론 욕도 한다”며 웃는다.

하지만 스타들이 이미지 변신을 꾀할 때 주로 선택하는 예능프로그램 출연에 대해서는 망설인다. ‘절친’ 소지섭이 올해 출연한 tvN ‘숲속의 작은 집’을 언급하며 “지섭이 모습을 보고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웃음을 터뜨린다.

평소 그는 운동하고, 친구 만나 술 마시고, 집에서 혼자 영화 보며 시간을 보낸다. “하루 종일 밖에 나가지 않아도 심심하지 않다”면서 “나이를 먹으니 무언가를 배우고 싶다”며 외국어와 기타 배우기를 계획으로 내세운다.

연기자 송승헌. 사진제공|더좋은 이엔티


그는 자신을 스타덤에 오르게 한 MBC 시트콤 ‘남자 셋 여자 셋’(1996)의 동료들과도 기회가 된다면 다시 뭉치고 싶다고 말했다. 10년이나 지난 시절의 좋았던 기억을 떠올리는 그는 “(신)동엽이 형, 지섭이와 술 마시면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스케줄 맞춰 한번 해보는 건 어떻겠냐는 이야기를 한다”며 “저희는 물론 시청자에게도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이처럼 송승헌에게 나이를 먹는다는 건 지난 시간을 추억할 수 있는 순간이며, 미래를 상상하는 기대감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거짓말처럼” 연기에 대한 욕심이 커진 것처럼. 그래서 작은 꿈을 꾼다면 “멋지게 나이 드는 배우”이다.

“앞으로도 멜로나 액션 장르를 소화하고 싶다. ‘저 배우는 나이가 드니 더 멋있네’라는 얘기를 대중으로부터 듣는 게 소망이다. 지금 장르물의 매력에 빠져 있는데,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 우는 연기가 ‘닭살’ 돋으면 어쩌나 하는 순수함이 없어졌을까 걱정이다. 하하!”

그러면서 그는 “연기하는 재미? 저 스스로 변화에 대한 긍정적 결과를 맛봤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연기자로서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준다면 평가도 좋아질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기대했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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