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역대급으로 나오는 포지션폴트의 모든 것

입력 2018-11-21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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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1895년 미국 메사추세츠주 YMCA 체육부장 윌리엄 모간이 처음 만든 배구 규칙은 지금과 많이 달랐다. 야구처럼 9이닝제 경기였고, 이닝 당 3번의 서브기회를 줬다. 테니스처럼 첫 서브가 실패하면 2번째 서브기회도 줬다.

1912년 서브를 넣기 위한 순서 즉 로테이션이 처음 등장했다. 서브 순서는 팀에서 알아서 정했다. 1916년 모든 선수들이 돌아가면서 서브를 넣도록 했다. 2번의 서브기회 룰은 이때 사라졌지만 배구의 상징인 스파이크가 탄생했다. 필리핀에서 2명이 공을 연결해 상대코트에 내리꽂는 혁신적인 공격을 탄생시켰다. 새로운 스파이크 공격은 즉시 널리 퍼졌고 ‘필리핀 폭탄’이라는 애칭이 붙었다. 1923년 지금 같은 로테이션이 확정됐다. 수비 팀에서 득점에 성공해 서브권을 가져오면 선수들이 시계방향으로 한 자리씩 이동하고 1번 자리에서 서브를 넣었다. 이때부터 포지션폴트와 로테이션폴트도 탄생했다.



● 역대급으로 발생하는 포지션폴트, 그 이유는?

‘도드람 2018~2019 V리그’가 과거시즌과 가장 달라진 기록은 급격히 증가한 포지션폴트다. 역대급 수치다. 이미 KOVO컵을 통해 예상됐지만 시즌에 들어가서도 줄지 않는다. 2라운드가 채 끝나기도 전에 남자부는 벌써 지난 시즌 기록을 넘어섰다. 여자부는 지난 시즌과 같은 숫자다.<관련표 참조>

2017~2018시즌부터 상승세가 눈에 띈다. 경기 평균 많아야 0.1~0.2개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이번 시즌 2경기당 한 번 이상 꼴로 포지션폴트가 나온다.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 포지션폴트를 잡아내는 심판의 기량이 지난 시즌부터 좋아졌고, 각 팀의 범실 횟수가 더 많아졌을 수도 있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새 기술의 도입 때문이다.

지난 시즌 4라운드부터 KOVO는 심판보조전자시스템 제도를 도입했다. 시즌 도중 발생하는 판정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방법의 하나였다. 2017년 12월31일 대한항공-한국전력 경기가 첫 사례였다. 여자부는 2018년 1월3일 흥국생명-GS칼텍스 경기에서 새 시스템을 가동했다. 국제배구연맹(FIVB)이 사용하는 심판보조전자시스템의 핵심은 주·부심 앞에 놓인 태블릿PC다.

이를 통해 선수교체와 로테이션, 서브를 넣을 선수 등을 훨씬 정확하고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 이전까지는 기록심이 수작업으로 진행했던 일을 전자장비가 자동으로 체크해 실시간으로 태블릿PC를 통해 주·부심은 물론 경기감독관에게 보여준다. 그만큼 범실을 잡아내는 감시의 눈길이 많아졌고 포지션폴트나 로테이션폴트가 나오면 즉시 알 수 있다.

좌우앞뒤 선수와 위치(기준은 선수의 발)가 바뀌는 포지션폴트는 야구의 보크판정과 같이 발생 즉시 지적하지 않으면 그냥 넘어가기 쉽다. 애매모호한 상황에서 선수들이 움직이면 용감하게 지적하기도 어렵지만 이제는 아니다. 발견 즉시 잘못된 위치를 지적해주기 때문에 항의하지 않고 쉽게 납득한다.

● 심판들이 말하는 포지션폴트가 자주 나오는 경우

이번 시즌 남자부에서 가장 많은 포지션폴트를 기록한 팀은 한국전력이다. 15일 KB손해보험과의 경기 4세트에 2개를 기록하는 등 총 6개를 범했다. OK저축은행이 5개, KB손해보험이 4개를 각각 기록했다. 여자부는 도로공사와 현대건설이 각각 4개로 가장 많다. GS칼텍스는 인삼공사와의 KOVO컵 결승전 5세트에 2개의 포지션폴트로 우승을 넘겨준 뼈아픈 기억도 있다. 그래서인지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은 18일 인삼공사와의 경기 3세트 막판 작전타임 때 “포지션폴트를 조심해”라는 주문을 따로 했다. 그만큼 이번 시즌 경기의 흐름을 바꿀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도 있음을 잘 알기 때문이다.

심판들은 포지션폴트가 자주 발생하는 상황으로 ▲ 선수교체가 많이 이뤄질 때 ▲ 평소 훈련하던 포지션이 아닌 곳에 기용됐을 때 ▲ 선수가 이동할 때 등을 들었다. 선수들은 평소 자기 주변에 누가 있는지 확인하는데 여러 선수가 동시에 교체 투입되면 헛갈려 범실이 나온다. 주로 좌우보다는 앞뒤자리가 엇갈려 범실이 나온다. 또 리시브에 가담하지 않는 세터나 OPP가 이동할 때 동선이 겹치는 것을 피하려고 서브를 넣기도 전에 움직이다 지적받는 경우도 많다. 드문 경우지만 서브 넣는 순서가 틀려도 포지션폴트다. 그래서 의심스러울 때는 반드시 내 서브순서가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

사진제공|KEPCO45


● V리그 역사에 남을 포지션폴트는

포지션폴트가 나오는 순간 상대의 득점이다. 계속 경기를 진행했다가 나중에 발견되면 포지션폴트가 일어난 시점 이후 올린 득점은 취소되고, 실점은 인정된다.

V리그 역사상 가장 유명한 포지션폴트는 2009~2010시즌에 나왔다. 2010년 3월 14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대한항공-KEPCO45전이었다. 당시 10연패의 KEPCO45는 4세트 10-15에서 뒤늦게 포지션폴트를 지적받았다. 2-9에서 이영준이 서브를 넣을 차례인데 교체 투입된 외국인선수 조엘이 서브를 넣었고, 이를 모른 채 경기는 10-15까지 진행됐다. 기록원이 뒤늦게 문제를 발견했고, 포지션폴트가 선언됐다. KEPCO45의 점수는 규정에 따라 10-15에서 2-15로 8점이 줄었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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