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한화 안방마님’ 최재훈의 고백 “나는 멘탈이 약한 포수였다”

입력 2018-11-2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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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포수 최재훈은 올 시즌에 128경기를 책임지며 든든하게 안방을 지켰다. 정규시즌 3위의 주역이었다. 그러나 스스로는 “1년 반짝했다고 주전은 아니다”며 미야자키 마무리캠프에서 구슬땀을 쏟고 있다.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한화 이글스 최재훈(29)은 두산 베어스 시절 현역 최고의 포수로 손꼽히는 양의지의 ‘백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2017년 5월 신성현과 맞트레이드를 통해 한화 유니폼을 입은 뒤부터 입지가 완전히 달라졌다. 지난해 데뷔 후 처음으로 100경기 이상(104경기) 마스크를 썼고, 2018시즌에는 128게임(830.2이닝)을 소화하며 안방을 든든하게 지켰다. 이제는 ‘주전’이라는 타이틀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21일 일본 미야자키 기요타케운동공원 내 소켄구장 한켠에서 최재훈과 마주앉아 그의 ‘포수론’을 들어봤다.

●‘위닝 캐처’의 역할

-팀을 이기게 하는 포수란.

“투수들의 장점을 살리되, 맞더라도 자신 있게 승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포수의 역할이다. ‘맞으면 내 잘못이니 자신 있게 들어오라’고 한다. 그만큼 신뢰를 쌓는 게 가장 중요하다.”

-한화 투수들을 파악하는데 얼마나 시간이 걸렸나.

“처음에는 아무 것도 몰랐다. 그게 많이 힘들었다. 어떤 구종을 던지는지는 알지만, 궤적의 차이가 있기에 공부를 해야 했다. 일부러 영상을 많이 봤다. 합류하자마자 경기에 나갈 줄은 몰랐다. 고민이 많았는데, 영상을 보며 투수를 알아가는 시간을 단축했다. 밤을 샌 적도 있다. 어떤 공을 던지고, 장점과 결정구가 무엇인지에 대해 분석한 것이다.”

한화 최재훈. 스포츠동아DB


-언제 본격적으로 포수 마스크를 썼나.

“초등학교 때 키가 작았다. 2루수와 외야수로 자주 나갔다. 그때 어깨가 좋은 편이었는데, 초등학교 5학년 때 또래 포수가 그만뒀다. 내 친구(투수)의 공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없어서 연습하다 보니 내가 제일 편하게 받는 것 같아 감독님이 포수로 추천해주셨다. 나도 처음에는 반대했다. 키가 작은 편이니 힘들겠다 싶었는데, 그 덕분에 이 자리까지 왔다.”


-선배와 후배 투수들을 리드할 때 차이가 있을 듯하다.

“선배들은 나보다 더 경험이 많다. 그러다 보니 주로 따르는 편이다. 좋은 공을 던지기 위해선 때론 투수들이 원하는 대로 해야 하는데, 나를 믿고 따라가는 투수들이 많더라. 선배들에게도 화를 낸 적이 있는데, 오히려 ‘그렇게 해 달라’고 하시더라. (정)우람이 형도 ‘왜 다른 투수들은 혼내면서 나는 안 혼내냐’고 해서 ‘내년에는 혼내겠다’고 하니 고맙다고 하더라. 그만큼 편안하게 다가와 주신다. 어린 투수들에게는 다르다. 강하게 얘기할 때도 있지만, ‘너희가 좋은 공을 던지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팀이 이기는 것은 투수들 덕분이고 못하는 것은 포수 탓’이라고 말해준다.”

한화 최재훈. 스포츠동아DB


●“나는 멘탈이 약한 포수였다”

-후반기의 리드는 전반기 때와 어떻게 달랐나.

“전반기에는 실수가 많았다. 타격이 좋지 않아서 생각이 너무 많았다. 정신 차리고 수비에 집중했고, 투수 리드를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잘 따라와 줘서 정말 고마웠다. 후반기에는 투수들의 체력이 떨어졌고, 타 팀의 분석이 들어오니 전력분석팀에서 많은 도움을 줬다. 미안했던 점은, 선발투수들보다 계투진이 많은 승리를 가져간 것이다. 선발투수들이 정말 힘들었을 것이다. 그때 많이 챙겨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말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오히려 투수들이 고맙다고 하는데, 마음에 걸리더라.”

-주전포수라는 의식이 확실해지지 않았나.

“솔직히 말하겠다. 단 한 번도 주전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지)성준이도 컸고, (이)성원이와 (김)창혁이도 있다. 이 선수들이 잘하고 내가 못하면 밀리게 된다. 내가 꾸준히 몇 년동안 뛰어야 주전이다. 1년 반짝했다고 주전은 아니다. 꾸준히 성장해야 자리를 뺏기지 않고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


-포수에게 필요한 성격은.

“나는 착하고 순한 성격이다. 그러다 보니 코치님들께서 ‘독해지라’는 말씀을 많이 하셨다. 포수가 너무 착하면 투수들이 어떻게 나를 믿고 던지겠나. 독해져야 살아남는다고 생각한다. 힘들겠지만,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강인권 코치님께도 감사드린다. 원래 나는 멘탈(정신력)이 약한 포수였다. 주변의 말에 신경을 많이 썼고, 순진했다. 그때 코치님이 많이 도와주셨다. 내가 잘할 때도 ‘여기서 멈추지 말라’고 하셨다. 강 코치님이 안 계셨다면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야구를 그만뒀을 것이라고 본다. 코치님 덕분에 많이 성장했다.”

미야자키(일본)|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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