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그라운드를 지키는 철인들은 K리그의 숨은 역사이기도 하다. 올 시즌 전 경기 전 시간을 출전한 포항 스틸러스 김승대(왼쪽)와 강현무(오른쪽)가 3일 ‘KEB하나은행 K리그 대상 2018’에서 최길수 한국OB축구회장으로부터 기념상을 받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이런 까닭에 선수의 출장수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팀 우승이나 개인적인 득점 또는 도움도 의미가 있겠지만, 한 시즌 동안 얼마나 많이 뛰었느냐도 굉장히 중요하다. 특히 모든 경기를 빼놓지 않고 출장한 선수는 이유 불문하고 박수 받을만하다. 실력은 물론이고 자기관리와 프로의식이 철저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올 시즌 K리그1에서 전 경기· 전 시간 출장자는 딱 2명이다. 포항 스틸러스 공격수 김승대(27)와 골키퍼 강현무(23)다. 이들은 정규리그 38경기를 교체 없이 뛰었다. 2016~2017년 등 최근 2년 동안 K리그1에는 이런 기록을 달성한 선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K리그 출범 이후 36시즌을 치르는 동안 한 시즌 전 경기 무교체 출장자는 몇 명이나 될까.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자료에 따르면, 통산 55차례 기록이 나왔고, 가문의 영광과도 같은 타이틀을 가진 선수는 모두 39명이다.<표 참조>

최초의 기록 작성 선수는 출범 첫 해인 1983년 최기봉과 유태목이다. 이들은 당시 정규리그 16경기에 모두 출전했다. 이듬해 경기수가 28경기로 늘어난 가운데서도 김평석과 오연교 최기봉 조병득 박창선 등 5명이 무교체로 전 경기에 나섰다. 1985년 경기수가 줄어들자(21경기) 기록 작성자는 8명으로 대거 증가했다. 이처럼 1980~90년대의 K리그 경기수는 16→28→21→32→24→40→35 등으로 들쭉날쭉하면서 기록의 일관성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에서 전 경기 출장의 의미를 부여하며 특별상을 제정한 때는 1999년이다. 팀 수가 늘고 경기수도 증가하면서 포지션의 전문화가 이뤄지기 시작했고, 이런 흐름 속에 주전 경쟁은 더욱 가열됐다. 구단의 투자가 늘면서 선수층도 두터워졌다. 그 탓에 평범한 기량으로는 출전 자체가 어려워졌다.
눈에 띄는 특징 중 하나는 골키퍼의 중요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골키퍼는 특수 포지션이다. 한번 주전이면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런 특성이 출전 경기수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역대 한 시즌 전 경기 무교체 출전 최다 선수는 김병지(48)다. 1992년 울산 현대를 통해 프로에 데뷔해 2015년 전남 드래곤즈에서 은퇴할 때까지 24시즌 동안 모두 6시즌을 전 경기 무교체로 뛰었다. 2004, 2005년 포항을 비롯해 2006, 2007년 서울, 2010년 경남, 2014년 전남 등 여러 팀에서 값진 기록을 양산했다.
4차례 기록을 작성한 신의손(58)과 이용발(45), 그리고 3차례의 김용대(39), 2차례의 조준호(45)와 백민철(41) 등 기록 작성자들의 포지션은 한결같이 골문을 지킨 GK였다. 특히 귀화선수인 신의손은 일화축구단의 전성기를 이끌며 1990년대를 주름잡은 최고의 골키퍼였다. 2차례를 기록한 최기봉(60)만이 유일하게 필드플레이어(MF)였다.
1차례 무교체로 전 경기를 뛴 선수는 모두 32명이다. 이들 중 골키퍼 김영광(35)은 2009년 울산에서 기록을 세운 뒤 K리그2로 옮긴 서울 이랜드에서 2017~2018년 연속으로 출장기록을 세우며 특별상을 받았다. K리그2에서는 2016년 김한빈(27)이 충주 험멜에서 기록을 세웠다.
경기에 출전한다는 것, 그리고 한 경기를 소화하는 것, 또 한 시즌동안 전 경기에 나선다는 것, 더구나 단 한번도 교체 없이 그라운드를 누빈다는 것은 선수의 목표이자 영광이다. 하지만 이 영광은 그냥 얻어지는 게 아니다. 자신의 기량을 증명해 감독의 신임을 얻어야하고, 뛸 수 있는 체력을 길러야하며, 정상적인 컨디션을 시즌 내내 유지해야한다. 절제된 생활과 자기관리가 없이는 불가능한 목표다. 전 경기 무교체 출장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현길 전문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