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감독을 보좌하며 베트남 축구의 놀라운 성장을 함께한 이영진 수석코치가 베트남 하노이의 한 호텔에서 스포츠동아와 만났다. 이 수석코치는 “감독을 어시스트했을 뿐”이라며 자세를 한껏 낮췄지만, 박 감독은 “이 코치의 도움이 정말 큰 힘이 됐다”며 고마워했다. 하노이(베트남)｜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베트남 하노이에서 최근 만난 베트남축구대표팀 박항서(59) 감독의 솔직한 이야기다. 그는 자신의 참모에게도 공을 돌렸다.
베트남축구의 2018년은 위대했다. 1월 중국에서 열린 2018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준우승을 시작으로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AG) 4강, 최근 막을 내린 ‘동남아시아 월드컵’ 스즈키컵 정상까지 탄탄대로를 달렸다.
누구도 가늠하지 못했던 기적. 박 감독은 자신을 그림자처럼 보좌해온 이영진(55) 수석코치가 고맙다. 스즈키컵 직후 베트남 국영방송 VTV는 1번 채널 오후 9시 메인뉴스를 통해 ‘박항서의 사람들’이라는 주제로 이 코치를 집중 조명했다. 1분 30초에 달하는 이 보도는 베트남 전역에서 큰 화제를 모았으나 본인은 이를 전혀 몰랐다. 실제로 현지 기자들은 이 코치의 다음 행보를 굉장히 궁금해 하고 있다. 그만큼 주가가 올랐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내년 1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개막할 AFC 아시안컵 준비를 위해 베트남대표팀이 소집된 하노이의 한 호텔에서 만난 이 코치는 “감독께서 모든 걸 지휘했고, 나는 그저 곁을 지켰을 뿐”이라고 자세를 낮췄다. 최고 지휘관의 곁에는 묵묵히 역할을 하는 좋은 조력자가 있는 법이다.
-대표팀 선발부터 치열하게 움직였다더라.
“코칭스태프 모두 베트남 전역을 열심히 뛰었다. 그렇게 좋은 선수를 찾았다. 중국 U-23 대회를 계기로 이곳의 한 항공사가 1년간 무료티켓을 제공했는데 정말 큰 도움이 됐다.”
선수발굴을 위해 발품을 파는 대표팀 코칭스태프의 모습은 우리에게는 당연하지만 베트남에선 낯선 풍경이었다고 한다. 베트남축구협회(VFF) 고위 관계자는 인터뷰에서 “이런 사람들을 본 적이 없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한국인 지도자들에게는 원칙이었고 그러한 기본이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
-1년을 돌아본다면.
“단순하게 생각했다. 대표팀과 동행하는 기회는 흔치 않다. 감독님과 인연도 있었다. 솔직히 많이 바빴다. 스즈키컵이 끝나자 정신적인 피로가 상당했다. 일단 계획을 실행해 목표한 결실을 냈으니 보람 있다.”
-베트남에선 박 감독에 이어 두 번째로 유명한 한국인이다.
“예전보다 많은 분들이 알아봐주시고 반가움을 표현해준다. 감독님을 어시스트해주는 사람이라는 걸 이곳 사람들도 인지한다. 생활에는 별 문제 없다. 가족과 떨어져 있어 외로움을 느끼곤 하는 것 외에는 어려움이 없다.”
베트남 축구대표팀. 동아일보DB
-베트남 축구의 성장이 대단하다.
“선수들의 자신감이 커졌다. 목표를 달성하며 성취감이 커졌다. 개인과 조직이 고루 발전했다. 다만 동남아 정상에 만족할 이유는 없다. 한계를 정하지 않았으면 한다. 높은 목표, 보다 넓은 무대로 진출하려는 의지를 가졌으면 한다.”
이 코치는 제자들의 순수함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자신을 내세우지 않다보니 팀의 하나 됨에 방해요소가 되지 않았다. 똘똘 뭉쳐 싸웠고, 역경에 맞섰다. 경기운영 능력과 신체적인 핸디캡이 아쉽긴 하나 베트남은 ‘원 팀’으로 극복하고 있다.
-베트남에 온 걸 후회한 적 없나?
“한 번도 없다. 일이 너무 재미있다. 성장하는 선수들의 모습이 성취감을 준다. 안타까움은 있다. 의사소통이 어렵다보니 더욱 많은 걸 전달하지 못하는 사실? 훈련이나 경기를 마친 뒤 선수들이 다가와 조언을 구하곤 한다. 이들의 신뢰가 고마우면서도 아쉽다. 하나라도 더 주고 싶은데….”
-가장 공들인 부분이 있다면.
“이기는 축구를 위해 감독님이 많은 연구를 했다. 특히 실점을 줄여야 했다. 협력 수비에 많은 공을 들였다. 확실히 개선됐다. 간혹 외부에선 우릴 수비적이라고 하는데, 내부적으론 화력 극대화를 위해 치열하게 고민한다.”
-어떤 부분을 더 발전시켜야 하나?
“경기운영능력을 향상시켜야 한다. 이들만의 스타일이 있었다. 잔 패스와 개인기로 경기를 풀어갔고, 여기에 팬들도 열광했다. 그런데 강팀과 맞설 때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장점은 극대화해도 수정보완이 필요했다.”
-아시안컵은 또 다른 무대인데.
“지역에 묶이지 않고 계속 도전해야 한다. 선수들이 스스로 얻은 도전의 장이다. 또 한 번 성장할 절호의 기회다. AG 결승진출이 좌절됐을 때 팀은 성장했다. 한국과 경쟁하기 위해 무엇을 더 채워야 할지 공부한 결과다. 오랜 만에 찾아온 도전의 기회를 살려야 한다.”
● 이영진 수석코치는?
▲ 생년월일=1963년 10월 27일 ▲ 출신교=경희고~인천대 ▲ 선수 경력=럭키금성(1985~1990년)~LG 치타스(1991~1997년) ▲ 지도자 경력=LG 치타스 코치(1997~2003년)~FC서울 코치(2004~2005년, 2007~2009년)~대구FC 감독(2010~2011년)~청주대 감독(2013~2014년)~대구FC 감독(2015~2016년)~베트남축구대표팀 수석코치(2017년~현재)
▲ 생년월일=1963년 10월 27일 ▲ 출신교=경희고~인천대 ▲ 선수 경력=럭키금성(1985~1990년)~LG 치타스(1991~1997년) ▲ 지도자 경력=LG 치타스 코치(1997~2003년)~FC서울 코치(2004~2005년, 2007~2009년)~대구FC 감독(2010~2011년)~청주대 감독(2013~2014년)~대구FC 감독(2015~2016년)~베트남축구대표팀 수석코치(2017년~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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