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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축구에 정통한 소식통은 20일 “최 감독이 톈진과의 관계를 정리했다. 위약금 등 일부만 남았다. 지금은 국제축구연맹(FIFA) 전문 변호사를 통해 마무리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 최 감독과 한 배를 탔던 박건하·최성용·최은성 골키퍼(GK) 코치 역시 톈진과 관계를 마무리했고 나란히 다롄으로 행선지를 옮겼다.
최 감독은 지난해 11월 말 톈진 취안젠(현 톈진 톈하이)과 계약기간 3년, 세후 연봉 500만 달러(약 50억원)의 계약을 맺으면서 K리그1 전북 현대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하지만 최 감독의 영입 주체가 하루아침에 증발했다. 수유후이 회장 등 취안젠 그룹 임직원 18명이 7일 중국 공안에 체포됐다. 다단계 판매와 탈세 등의 혐의가 적용됐지만 발단은 이 기업에서 제조한 건강보조제를 섭취한 여자 어린이(당시 4세)의 사망 사건이다. 수년 전 암이 발병한 어린이는 약물치료를 택했으나 회복하지 못했다. 취안젠 그룹은 ‘우리 제품으로 완치됐다’는 허위 광고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악화된 여론에 중앙정부가 직접 나섰다.
2015년부터 함께 한 취안젠 그룹과의 관계를 정리하면서 몸집을 줄인 톈진 톈하이는 최 감독과 식구들을 압박하고 나섰다. 눈엣가시였던 취안젠 그룹 담당자들이 물러나고 패권을 쥔 일부 구단 고위층이 무리수를 두기 시작했다.
예기치 않은 사태에도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진행 중인 선수단 훈련을 묵묵히 지휘하던 최 감독은 아부다비를 떠나 구단을 찾았다. 예의를 지키지 않는 이들에게 항의하고 상황을 바로잡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최 감독은 사과는커녕, 일방적인 해고통지를 받았다. 전북에서 함께 한 지우반 피지컬 코치만 남았다. 최 감독의 측근은 “혼란 속에서 최 감독은 ‘날 믿어준 주변 사람, 함께 한 식구들(코칭스태프)을 위해서라도 남아야 한다’는 말을 했다. 그래서 톈진의 행태가 더 서운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중국축구 사정을 잘 아는 에이전트들은 “계약을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중국에 많다. 선수를 영입한 뒤 에이전트 피(Fee)를 지급하지 않는 사례도 흔하다. 갑자기 권력을 쥔 톈진 고위층 일부가 그런 경우”라고 설명했다.
당초 최 감독은 자신과 코칭스태프가 톈진에서 겪은 사태를 알리고 중국 매체들의 추측성 보도로 점차 확대되는 오해를 정리하기 위한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었으나 취소했다. 항간에 떠돈 소문처럼 병원치료나 입원을 한 건 아니다. 다만 결별 과정을 긍정적으로 풀어가기 위해 잡음은 최대한 피하는 것이 옳다고 봤다.
오히려 톈진이 최 감독의 상황을 유리하게 이끌었다. 일방적인 계약해지 통보로도 부족해 임시 감독 선임까지 발표하며 최강희 사단의 다롄행 명분을 키워줬다. 수평이동이 결정된 코치진은 아부다비에서 톈진으로 왔다가 하루 만에 신변 정리를 한 뒤 최 감독의 출국(20일)보다 이틀 빠른 18일 다롄 선수단의 동계전지훈련지 스페인 말라가로 이동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