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축구가 새로운 시대를 앞두고 있다. 2008년부터 국가대표팀의 주축으로 활약한 중원 콤비가 태극마크와의 이별을 선언하면서 전면적인 세대교체가 불가피하게 됐다.
기성용(30·뉴캐슬 유나이티드)과 구자철(30·아우크스부르크)이 대표팀을 떠날 전망이다. 2011카타르아시안컵·2012런던올림픽·2014브라질월드컵·2015호주아시안컵·2018러시아월드컵에 출격하며 한국축구의 영광과 아픔을 함께 한 둘이 ‘태극전사’로 함께 한 마지막 무대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진행 중인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이 됐다.
파울루 벤투(50·포르투갈)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카타르에 0-1로 무릎을 꿇어 대회 4강 진출에 실패했다. 1956년 초대·60년 2회 대회 이후 통산 세 번째이자 59년 만의 아시아 정상 도전도 무위에 그쳤다.
기성용-구자철과의 이별은 예고돼 있었다. 꽤 오래 전부터 진지하게 태극마크 반납 시기를 고민해왔다. 기성용은 스완지시티(잉글랜드) 소속이던 2016년 3월 스포츠동아와 영국 현지에서 만나 “많이 지쳐있다. 몸도 예전과 같지 않다. 2018러시아월드컵이 대표팀 커리어의 마지막이 될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벤투 감독과 대한축구협회의 만류에 일단 잔류를 했지만 마음이 바뀐 건 아니다. 기성용의 측근들에 따르면 선수의 마음은 확고하다. 이제는 젊은 후배들에게 새로운 시대를 열어줘야 한다는 의지가 강하다.
아시안컵 도중 부상으로 대표팀을 떠나면서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하나님 감사합니다. 마침내 끝났습니다(THANK GOD IT‘S FINALLY OVER)’는 글을 남긴 것도 그 배경이다. 별도의 인터뷰를 하지 않은 이유도 중요한 결전을 앞둔 후배들이 받아야 할 스포트라이트가 분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A매치 통산 110경기 10골.
구자철 역시 마찬가지다. 기성용처럼 상당히 오래 전부터 이별을 준비했다. “이제는 정말 대표팀에 도움이 될 선수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측근들과 나눴다. 거듭된 부상으로 대표팀에게 큰 힘을 불어넣지 못하는 아쉬움을 드러낸 대목이다.
다만 구자철은 직접 대표팀과의 작별을 알렸다. 카타르전이 끝난 뒤 “지난해 11월 호주 원정을 마치고 떠나려 했지만 벤투 감독이 ‘아시안컵까지만 함께 하자’고 만류해서 여기까지 왔다. 어느 순간부터 즐기지 못하고 압박만 느꼈다. 대표팀에 도움을 줄 수 없다면 스스로 내려놓는 게 맞다”고 말했다. A매치 76경기 19골.
벤투 감독이 이미 은퇴 의사를 굳힌 베테랑 중원콤비를 아시안컵에 동행시킨 이유는 간단하다. 늘 푸른 버팀목으로 남았던 이들이 후배들에게 숱한 성공과 실패를 거치면서 쌓은 노하우를 전수하도록 함으로 무난한 세대교체를 추진하기 위해서다. 다행히 기성용-구자철의 자리는 손흥민(27·토트넘 홋스퍼)과 아이들이 이미 채워가고 있다.
월드컵 이듬해 열리는 아시안컵은 원활한 세대교체의 무대로 활용됐다. 2002한일월드컵 4강 신화와 2010남아공월드컵에서의 사상 첫 원정 16강 위업까지, 한 시절을 풍미한 박지성(38)-이영표(42)도 2011년 카타르 대회를 끝으로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물론 그 당시에도 후계자를 걱정했지만 의외로 빠르게 새 얼굴들이 나타났고 잘 성장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