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우야, 대한이 외야수 한대~’ 김태형 경쟁 리더십

입력 2019-01-30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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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김대한. 사진제공|두산 베어스

15일 두산 베어스 창단 기념식. 1차지명으로 입단한 김대한(19)이 신인선수 대표로 인사한 뒤 사회자의 유머러스한 진행해 휘말려 “타자로 열심히 뛰고 싶다”는 발언을 했다. 그 순간 앞줄에 있던 선수들, 특히 베테랑들 사이에서 폭소가 터졌다. 김대한은 어쩔 줄 몰라 하는 표정을 지었다. 왜 갑자기 큰 웃음이 나왔을까.

진실은 이랬다. 김대한이 마지못해 ‘투수보다 타자를 하고 싶다’는 의미의 말을 마치는 순간 두산 김태형 감독은 익살스럽게 “건우야, (김)대한이 외야 한대~”라고 말했다. 팀의 주전 우익수이자 우타 외야수인 박건우(29)에게 같은 우타자인 김대한의 외야 도전 의사를 감독이 친절하게 설명해준 것이었다.

김 감독은 직설적인 성격이다. 호방하고 말솜씨가 있어 종종 큰 웃음을 안긴다. 선수들에게도 마찬가지. 툭툭 농담을 던지며 다가선다. 할 말이 있을 때는 돌려서 하지 않는다. 그래서 무섭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불필요한 오해는 없다. 경쟁구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결단이 필요할 때는 과감하다. 두산 신인들이 파격적인 기회를 얻는 배경이다.

그 경쟁 속에서 젊은 선수들이 대거 주전으로 도약했다. 아무리 퓨처스(2군) 팀에서 좋은 선수를 배출해도 1군 감독이 쓰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다. 두산의 ‘화수분 야구’가 지속되는 데는 1군을 끊임없이 경쟁구도로 운영하는 감독의 영민함이 크다.

두산 박건우. 스포츠동아DB


박건우는 2017년 타율 0.366에 20홈런, OPS(출루율+장타율) 1.006을 기록했다. 타고투저의 리그지만, OPS 1.000 이상은 최정상급 타자의 영역이다. 박건우는 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2018년 타격 지표는 여러 부문에서 하락했다. 특히 OPS가 0.846으로 떨어졌다. 장타력 감소가 주된 원인이다. 옆구리 근육 손상 부상의 영향이 컸다.

투수와 타자 모두에서 빼어난 재능을 자랑하는 대형 신인 김대한은 마운드가 아닌 외야를 선택했다. 박건우는 이미 검증된 두산의 대표 스타플레이어다. 아무리 뛰어난 신인이라도 프로의 벽은 매우 높다. 박건우와 김대한이 현 상태에선 경쟁상대로 분류되지 않는다. 그러나 미래의 주전 경쟁상대인 것은 분명하다. 그 미래가 3~4년 뒤가 될지, 아니면 올 시즌 후반기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두산 김태형 감독. 스포츠동아DB


김 감독의 ‘건우야, 대한이 외야 한대~’라는 말에 단순히 웃음뿐 아니라 여러 의미가 포함된 것으로 해석되는 이유다.

김대한은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개인 타격 훈련에 열중하다 옆구리 근육 미세손상 부상을 입을 정도로 열정적으로 데뷔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김 감독은 2019시즌 전력을 구상하며 “최주환이 새로운 클린업 트리오로 활약해줘야 한다. 그리고 2루, 3루 모두 더 많이 수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8시즌을 통해 중장거리 타자로 더 큰 성장을 이룬 최주환을 통해 내야 전 포지션에도 긴장감을 불어넣을 수 있게 됐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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