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최영미, 고은 성추행 사실 폭로→법원 “진술 허위無”→“이겼다”

입력 2019-02-15 16: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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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최영미, 고은 성추행 사실 폭로→법원 “진술 허위無”→“이겼다”

고은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최영미 시인이 “정의는 살아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은 시인이 자신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최영미 시인 등과 이를 보도한 언론사를 상대로 제기한 10억 원대 손해배상소송에서 패소했다. 오늘(15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14부는 최영미 시인 등의 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최영미 시인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되며 허위로 의심할만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됐지만, 원고는 최영미 시인의 진술을 번복할 정도로 이 사건 보도내용이 허위임을 입증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고은 시인이 자신을 둘러싼 성추문 의혹이 허위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최영미 시인의 주장에 대해 신빙성이 없음을 소명하지 못했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최영미 시인으로부터 제보를 받고 보도한 언론사들 역시 손해 배상 책임을 지지 않게 됐다.

이후 최영미 시인은 자신의 SNS를 통해 “우리가 이겼다. 이 땅에 정의가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준 재판부에 감사한다. 진실을 말한 대가로 소송에 휘말렸다. 다시는 성추행 가해자가 피해자를 뻔뻔스레 고소하는 분위기를 만들면 안 된다”며 “진실을 은폐하는 데 앞장 선 사람들은 반성하기 바란다”고 일갈했다. 마지막으로 자신을 지지해준 이들에 대한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한편 최영미 시인은 문단계 성폭력을 고발하는 시 ‘괴물’을 발표하면서 1994년 한 술집에서 고인 시인이 자신을 성추행했다고 폭로했다. 하지만 고은 시인은 전면 부인하면서 최영미 시인과 이를 보도한 언론사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최영미 시인 SNS글 전문>

원고 고은태의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한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제가, 우리가 이겼습니다! 이 땅에 정의가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준 재판부에 감사드립니다.

저는 진실을 말한 대가로 소송에 휘말렸습니다. 다시는 저와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성추행 가해자가 피해자를 뻔뻔스레 고소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면 안 됩니다.

진실을 은폐하는데 앞장선 사람들은 반성하기 바랍니다.

저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는 문단의 원로들이 도와주지 않아서, 힘든 싸움이었습니다. 용기를 내어 제보해준 사람들, 진술서를 쓰고 증거 자료를 모아 전달해준 분들의 도움이 컸습니다.

여러분의 관심과 지지가 없었다면 견디기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미투시민행동을 비롯한 여성단체들 , 그리고 사명감과 열정이 넘치는 훌륭한 변호사님들을 만난 행운에 감사드립니다.

저를 믿고 흔쾌히 사건을 맡은 여성변호사회의 조현욱 회장님, 준비서면을 쓰느라 고생하신 차미경 변호사, 안서연 변호사, 장윤미 변호사, 서혜진 변호사님. 참
수고 많으셨습니다.

동아닷컴 이슬비 기자 misty8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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