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현(왼쪽)과 유카 사소가 시상식에서 각자의 트로피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사진제공|골프전문 사진기자 박준석
필리핀 데뷔전을 우승으로 장식한 박성현(26·솔레어)은 이날 평소 받아보지 못한 부탁을 하나 받았다. 함께 정상을 놓고 다퉜던 경쟁자의 사인 요청이었다.
박성현은 8일(한국시간) 필리핀 라구나 더컨트리클럽(파72·6500야드)에서 열린 필리핀여자골프투어(LPGT) 더컨트리클럽 레이디스 인비테이셔널 최종라운드에서 7언더파 209타를 기록하고 필리핀 데뷔 무대를 우승으로 장식했다.
이번 대회에서 박성현은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2관왕 출신인 아마추어 유카 사소(18·필리핀)와 우승을 다퉜다. 세계랭킹 1위인 박성현과 아직 프로 데뷔도 하지 못한 사소의 이름값은 크게 차이가 났지만, 사소는 사흘 내내 박성현과 같은 조에 속하면서 만만치 않은 경쟁력을 과시했다. 최종라운드에서도 후반 막판 박성현을 1타 차이로 쫓는 등 정상과 근접하기도 했다.
유카 사소가 박성현의 사인이 담긴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활짝 웃고 있다. 라구나(필리핀)|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다만 17번 홀(파3)에서 더블보기를 기록하면서 우승과 멀어진 사소는 기쁨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시상식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는 우승 세리머니를 마친 박성현에게 다가가 넌지시 말을 건넸다. 바로 자신의 아마추어 우승 트로피에 사인을 해달라는 부탁이었다.
필드 위 경쟁자였던 8살 후배로부터 뜻밖의 사인 요청을 받은 박성현은 흔쾌히 트로피에 자신의 사인을 새겨 넣었다. 이어 사소의 등을 두드리며 격려를 잊지 않았다.
박성현은 우승 기자회견을 통해 “준우승자로부터 사인 요청을 받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고 멋쩍게 웃은 뒤 “사소가 사흘 내내 나를 긴장시켰다. 굉장히 좋은 숏게임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놀랐다”고 칭찬했다. 이어 “사소를 보면서 어린 시절 나와 참 비슷한 선수라는 느낌을 받았다. 오늘 경기가 끝나고 나서는 ‘너는 참 좋은 선수’라고 말해줬다”며 뒷이야기를 전했다.
라구나(필리핀)|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