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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FC의 돌풍이 예사롭지 않다. 성적과 흥행 모두를 챙기며 2019시즌 초반을 주도하고 있다.
대구는 K리그1(1부 리그) 개막전 전북 현대와 원정경기에서 비긴 데 이어 홈 개막전에서 제주를 꺾고 1승1무를 기록했다. 지난해 FA컵 우승팀 자격으로 출전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에서도 F조 1차전 상대인 멜버른 빅토리(호주)를 3-1로 꺾었고, 2차전에서는 챔스리그 2회 우승의 광저우 에버그란드(중국)를 같은 스코어로 물리치는 기염을 토했다.
성적은 흥행으로 이어졌다. 대구 홈구장인 DGB대구은행파크(이하 대팍)는 개장 이후 2경기 연속 만원을 기록했다. 예전 시민운동장 자리에 세워진 대팍은 9일 제주전을 통해 개장했다. 당시 매진을 기록한 데 이어 12일 ACL에서도 관중이 꽉 찼다. 평일 저녁, 그것도 비가 부슬부슬 내려 기온이 뚝 떨어진 날씨였지만 팬들의 축구사랑은 식지 않았다.
그런데 이날 관중들은 낯선 광경을 목격해야 했다. 분명히 경기장 이름은 대팍인데, 그 현판이 가려졌던 것이다. 이날 경기장의 공식 명칭은 포레스트아레나였다.
이유는 AFC 규정 때문이다. AFC 경기장 규정(Stadium Regulation) 제3조 제1항 제2호에는 AFC 주관 대회가 열리는 기간 동안에는 반드시 클린 스타디움(Clean Stadium)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클린 스타디움이란 ▲ 구조물, 스태프 유니폼, 펜스, 장비 등 경기장 내·외부 또는 주변 배후지에 어떠한 광고물이나 상업적 표시가 없어야 하고 ▲ 경기와 무관한 제3자가 경기장을 사용하고 있지 않아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즉, 후원사에 경기장 명칭을 판매하는 네이밍 라이츠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대구는 새 전용구장의 명칭사용권을 3년 기간으로 DGB대구은행에 판매했기 때문에 이 명칭을 쓸 경우 AFC 규정에 저촉된다. 만약 경기감독관이 규정 위반 사항을 적발했음에도 시정되지 않을 경우에는 향후 제재를 받을 수 있다.
실제로 AFC 감독관은 경기가 열리기 이틀 전 대구에 도착해 사전 점검을 하면서 후원사가 아닌 기업의 상표를 모두 가리게 했다. 구단은 현판 가림막 작업에 크레인을 동원해 조치를 취했다. 경기장 라커룸 통로 벽면에 걸린 역대 유니폼에 새겨진 제작사와 스폰서도 검정색 시트지로 덧씌웠다. 경기장 지하에 입점한 상가의 간판과 브랜딩된 시설물도 마찬가지였다. 모두가 중계 카메라에 잡힌다는 이유 때문이다. 또 안전상의 이유로 스탠딩석도 허용되지 않았다. AFC는 새로운 경기장이 지어진 데다 ACL의 첫 경기가 열리는 까닭에 더욱 깐깐하게 점검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구 구단은 수긍하는 분위기다. 구단 관계자는 “이런 점검이 AFC 스폰서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는 데 동의한다”고 말했다.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도 “DGB대구은행파크 명칭을 가리고 포레스트아레나라는 공식명칭을 쓴 것은 규정에 근거한 적절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