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장진혁. 스포츠동아DB
시범경기는 양면성을 지닌다. 주전이 확정적인 선수들에게는 정규시즌에 대비해 컨디션을 점검하고 끌어올리는 무대이지만, 신인급 또는 백업 선수들에게는 1군의 한 자리를 꿰차기 위한 생존경쟁의 장이다. 한화 이글스 외야수 장진혁(26)은 후자다. 머릿속에는 온통 ‘생존’이라는 두 글자만이 가득하다.
올해로 프로 2년 차를 맞은 장진혁은 시범경기 개막전으로 치러진 12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역전 결승 2타점 2루타를 터트렸다. 1-2로 뒤진 6회말 1사 1·2루서 두산 홍상삼의 직구를 공략해 좌익수 키를 넘겼다. 13일에도 제 몫을 했다. 0-2로 뒤진 7회말 1사 1루서 우전안타로 찬스를 이어준 뒤 동점 득점까지 올렸다. 7점이나 뽑아낸 7회말 빅이닝의 한 주역이었다.
시범경기 개막 2연전에 모두 교체멤버로만 투입돼 거둔 성적은 4타수 2안타 2타점 1득점. 주전을 확보한 선수라면 만족할 만하다. 그러나 장진혁은 다르다. 팀 내 뜨거운 외야경쟁을 고려하면 더더욱 그렇다. 한용덕 감독에게서 확실하게 눈도장을 받아내려면 시범경기가 끝날 때까지는 결코 긴장을 늦출 수 없다. 그의 얘기를 직접 들어보면 절박한 심정이 피부로 와 닿을 정도다.
13일 경기를 앞두고 만났을 때 장진혁은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때는 생각이 너무 많아서인지 타격 컨디션이 엉망이었다.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이 너무 강해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실제로 오키나와 캠프에서 치른 연습경기에선 고작 20타수 2안타에 그쳤다. 자신의 고교(광주일고) 7년 후배인 신인 외야수 유장혁(15타수 4안타)보다 떨어지는 성적이다.
치열했던 준비과정에 비춰보면 한층 더 아쉬운 결과물이다. 그는 “지난겨울 파워를 높이려고 체력훈련을 많이 했다. 또 타격 시에는 하체를 잡아놓고 중심이동을 잘할 수 있게 노력했다”고 밝혔다. 다나베 노리오 타격코치의 조언을 받아들여 테이크백 동작도 새로 익혔다. 장진혁은 “타격 시 (파워포지션에서) 방망이를 바로 내지 않고, (어깨) 뒤에서부터 돌려서 나오라는 말씀을 듣고 많이 연습했다”고 설명했다.
생존에 대한 고민이 커다란 압박감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뒤로는 머리를 비우기 위해 애섰다. 경쟁상황 자체가 바뀔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마음을 다스리는 쪽으로 선회했다. 시범경기에 돌입하면서는 ‘내가 할 것만 한다’는 생각으로 순간순간에 집중하기로 굳게 다짐했다. 다행히 첫 2경기에선 100% 만족할 순 없어도 스프링캠프 때보다는 한결 나아진 결과를 얻었다.
물론 아직은 갈 길이 멀기만 하다. 팀의 외야 주전은 좌익수 이용규-중견수 정근우-우익수 제라드 호잉으로 굳어진 만큼 장진혁의 현실적 목표는 백업 외야수다. 그러나 이마저도 여의치는 않아 보인다. 김민하, 양성우, 유장혁, 최진행 등과 함께 경쟁해야 한다. 한 감독이 1군 엔트리에서 외야수 정원을 5명으로 구상한다면 남은 두 자리를 놓고 최소 5명이 경합하는 구도다. 몹시도 비좁은 문이다.
그러나 장진혁은 지난해의 짧았던 1군 경험을 올해는 풀타임으로 연장하고픈 간절함을 앞세워 그 문을 통과하려고 한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말처럼, 좁은 문 앞에 선 그의 길을 굳센 의지가 인도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