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 공소남닷컴] 진선 “영혼의 숨결 같은 소리…연주할수록 설레요”

입력 2019-03-15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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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주문해 독일에서 제작했다는 반도네온과 포즈를 취한 진선. 진선의 반도네온 소리는 듣는 이로 하여금 아련한 기억의 퍼즐을 짜맞추게 하는 신비한 능력을 갖고 있다.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특별 주문해 독일에서 제작했다는 반도네온과 포즈를 취한 진선. 진선의 반도네온 소리는 듣는 이로 하여금 아련한 기억의 퍼즐을 짜맞추게 하는 신비한 능력을 갖고 있다.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 반도네오니스트 진선

7년 만에 낸 정규2집, 직접 작곡·프로듀싱
솔로이스트 활동부터 초청 협연까지 활발
“올해는 공부하고 싶어…요즘 가곡에 관심”


‘탱고의 영혼’이라는 멋진 별명을 가진 악기. 개인적으로 부른다면 ‘영혼의 숨결’ 쯤은 어떨까 싶다.

반도네오니스트 진선이 악기를 가지런한 무릎 위에 올려놓고 바람통을 활짝 늘였다 좁히니 기억의 파편들이 방울방울 떠올랐다. 진짜는 퍼즐의 빈 칸인 줄도 모르고 살았던 아련한 기억들의 소환이다. 이것들은 바람통의 들숨에 밀려들고, 날숨에 날아올랐다. 이 애잔한 악기의 이름은 반도네온이다.

진선이 보여준 반도네온은 아코디언과 많이 닮았다. 그래서 사람들이 오해를 하기도 한다. 가장 쉬운 구분은 건반이다. 아코디언과 달리 반도네온에는 건반이 없이 버튼만 달려있다. 하지만 완벽하지는 않다. 건반이 없는 아코디언도 있기 때문이다.

다음 구별법은 연주자세. 아코디언은 상체에 메고 서서 연주하지만 반도네온은 주로 무릎 위에 올려놓고 앉아서 연주한다. 하지만 ‘탱고의 황제’ 아스토르 피아졸라가 서서 연주한 이후 추종자들이 제법 있어 이것도 좀 그렇다.

바람통의 여닫기도 다르다. 아코디언과 달리 반도네온은 양쪽으로 늘였다 좁히며 연주한다. 가장 확실한 구분법은 역시 눈으로 익히는 것이다. 사실 한두 번만 보면 딱 구별할 수 있는 악기다.

진선은 최근 정규 2집 음반을 냈다. 2012년에 1집이 나왔으니 무려 7년 만이다. 진선은 “마음으로는 이번이 사실상 1집”이라고 했다. 2집에 수록된 8곡은 모두 진선이 작곡을 하고 연주했다. 프로듀싱도 직접 했다. ‘밤의 환상곡’은 2집의 타이틀이자 타이틀곡의 제목이다.

“보통은 곡을 다 쓰고 나서 혹은 미리 제목을 정하게 되는데 ‘밤의 환상곡’만큼은 쓰는 동안 정해졌다. 자기 전에 침대에 누워 갖은 상상 속에 빠져 있다가 정신을 탁 차리면 지금 이 시간인 경험은 누구나 하지 않나. 그 잠깐의 느낌을 살리고 싶었다.”

‘밤의 환상곡’은 이 느낌을 살리기 위해 중간에 ‘두 번의 브레이크’를 삽입했다. 심지어 끝날 때도 ‘확’ 맺어버린다. 쉼표를 찍어야 할 자리에 마침표를 쾅 찍어버린 기분이다. 이런 무뚝뚝함 역시 진선의 매력이다.

세 번째 트랙 ‘퍼즐조각’에 대한 이야기에 진선은 좀 더 열중했다. 원래 지난해 2월에 싱글로 냈던 곡이다. 진선의 팬들에게 각별한 사랑을 받은 곡이기도 하다. 이번에 완전히 새로 편곡해 재수록했다. 진선은 “아직도 수정을 계속하고 있다”며 웃었다. 연주할 때마다 새로워지고, 진화하는 곡이다.

반도네오니스트 진선.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반도네오니스트 진선.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진선의 반도네온은 쉴 틈이 없다. 솔로이스트로서 뿐만 아니라 트리오, 퀸텟 등의 구성으로 활발한 연주활동을 하고 있으며, 초청 협연도 다수다. 이 와중에 작곡을 하고 부지런히 음원을 녹음한다.

“올해는 공부를 하고 싶다. 정통탱고, 클래식. 특히 요즘엔 각국의 가곡에 꽂혀서….(웃음)”

드럼을 치다 아코디언을 잡고, 페스티벌에 나갔다가 심사위원 눈에 들어 반도네오니스트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는 진선. 올해는 진선이 반도네온을 만난 지 꼭 10년이 되는 해다.

진선이 반도네온을 무릎에 올려놓더니 바람통을 늘였다. 코가 맹해지는 소리가 방안에 아득하게 울렸다. 앙코르곡으로 종종 연주한다는 아리랑.

작년에 새로 주문했다는 반도네온의 버튼들은 눌리고 뭉개져 성한 게 별로 없었다. 그것은 발레리나의 거친 발처럼 아련하고 위대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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