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마라톤 국내 여자부 우승’ 안슬기, 이 느낌 그대로 도쿄까지

입력 2019-03-17 13: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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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슬기가 자신의 손목에 새긴 ‘밀리면 죽는다’라는 문구를 내보이며 수줍게 웃고 있다. 잠실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2020도쿄올림픽을 향한 한국마라톤의 도전은 계속된다.

서울 일원(광화문 광장~잠실올림픽주경기장)에서 17일 펼쳐진 2019 서울국제마라톤 겸 제90회 동아마라톤에서 안슬기(27·SH공사)가 2시간27분28초로 국내 여자부 우승을 차지하며 500일도 채 남지 않은 도쿄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했다.

지난해 대회에서 김도연(26·SH공사)이 세운 한국기록(2시간25분41초)을 깨지는 못했지만 충분히 의미가 있는 결과였다. 무엇보다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냈다는 것이 고무적이다. 지난해 4월 대구국제마라톤에서 세운 2시간28분17초(당시 2위)가 개인 최고기록이지만 이를 크게 단축시켰다.

레이스를 앞두고 안슬기는 자신만의 주문을 거듭 되새겼다. 왼쪽 손등에 ‘밀리면 죽는다’는 짧고 강렬한 문장을 적어놓고 선전을 다짐했다. 결승테이프를 끊은 뒤 왈칵 눈물을 쏟은 안슬기는 “레이스 초반부 페이스 조절이 어려웠다. 목표한 한국기록 경신은 비록 실패했지만 점차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여자부 전체를 통틀어도 6위에 해당하는 기록을 세운 안슬기는 도쿄올림픽 기준기록까지 통과했다. 최근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는 대한육상연맹을 비롯한 회원국들에게 여자부 올림픽 기준기록을 2시간29분30초로 확정 공지했다. 3년 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2시간45분)보다 15분30초나 줄였다. 최대한 우수한 마라토너들만 출전시키겠다는 조직위의 의지가 담겨있었다.

다행히 안슬기가 당당하게, 또 여유롭게 도쿄올림픽 기준기록을 통과했다. 올해 서울국제마라톤대회에서 올림픽 기준기록을 넘어선 것은 안슬기를 포함해 7명뿐이다. 8위권부터는 2시간34분대 이상이 나왔다.

안슬기는 이제 여유롭게 올림픽을 준비하게 됐다. 김도연이 올해 가을대회에서 기준기록 통과를 목표로 이번 대회를 건너 뛴 가운데 안슬기는 큰 변수가 없는 한 올림픽 출전권을 얻을 수 있다. 아마추어 시절까지 장애물 선수로 활약한 안슬기는 2012년 마라톤에 입문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제100회 서울전국체육대회와 도쿄올림픽에서도 위상을 지키고 싶다. 한국기록 경신에도 꾸준히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남자부는 좀더 치열한 준비가 필요하다. 도쿄올림픽 남자 마라톤 기준기록은 2시간11분30초다. 리우올림픽은 2시간19분이었는데, 7분 이상 단축되면서 전망은 더욱 어두워진 것이 사실이다.

서울국제마라톤에서 심종섭(28·한국전력)은 국내부문 남자부에서 2시간12분57초로 1위를 차지했지만 환하게 웃을 수 없다. 내년 5월까지 기준기록을 통과한 선수들은 국가별로 최대 3명까지 올림픽에 출전한다. 마라톤 약소국을 대상으로 한 와일드카드로 2시간19분을 활용할 수 있으나 이 경우, 선수 파견은 단 한 명에 그친다.

더욱이 황영조, 이봉주를 끝으로 사실상 특급 마라토너의 명맥이 끊긴 남자마라톤은 최근 8년간 2시간11분대를 진입한 선수를 탄생시키지 못했다. 2011년 서울국제마라톤에서 정진혁(한국전력)이 2시간9분28초를 찍은 것이 마지막 기억이다.

심종섭은 “올해 첫 대회에서 2시간12분대가 나와 다행이다. 서울국제마라톤은 뛸 때마다 기록이 좋다. 카타르 도하에서 열릴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기준기록(2시간16분00초)을 통과했으니 남은 기간 도쿄올림픽 기준기록에 진입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스피드 강화에 주력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잠실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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