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드 요청’ 파문 이용규-한화, 루비콘 강 건너나?

입력 2019-03-17 1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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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용규. 스포츠동아DB

트레이드를 요청한 이용규(34)와 소속팀 한화 이글스가 ‘강대강’으로 부딪히고 있다. 포지션 이동(중견수→좌익수)과 타순 변경(테이블세터→9번타자)에 따른 불만에서 촉발된 사태로 알려진 가운데 정작 문제를 제기한 당사자는 침묵하고 있어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한화는 16일 이용규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내 구단 사무실로 불러 “당분간 육성군에 가있으라”고 통보했다. 이용규가 시범경기 개막 하루 전날인 11일 한용덕 감독, 15일 석장현 운영팀장을 차례로 만나 트레이드를 요구한 데 따른 구단 차원의 첫 대응이다. 한화는 조용히 처리하려던 사안이 15일 밤 외부로 알려지자 16일 오전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육성군행은 ‘전력 외’라는 의미를 담은 일종의 징계다.

한 감독은 이틀 연속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시범경기 롯데 자이언츠와의 대전 홈경기를 앞둔 17일 취재진의 질문이 거듭되자 “감독과 선수는 각각의 본분이 있다. 1,2군 선수단이 대략 100명쯤 된다. 선수들이 본인 욕심만 내세워 이기적으로 행동하면 안 된다. 감독이 그들의 입맛을 다 맞출 수는 없다. 감독은 팀만 보고 간다”고 밝혔다. 이어 “이유는 모르겠지만 지난 시즌 혹은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이용규와) 오해의 소지는 없었다”고 단언했다.

반면 이용규는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17일 오전 충남 서산의 육성군훈련장으로 출근했을 뿐이다. 구단이 강경대응 태세를 취하고, 여론 또한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에게 불리해지고 있는데도 상황을 지켜보고만 있다.

공식적으로 ‘신중하게 대처하겠다’는 한화의 향후 대응 방법은 “이용규와 권혁은 다르다”는 구단 관계자의 말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이번 사태의 결론이 이용규가 원하는 방향으로만 흘러가진 않으리란 추측이 가능하다. 권혁(36·두산 베어스)은 ‘속전속결’로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킨 바 있다.

좌완투수 권혁은 1월말 1군 스프링캠프 명단에서 제외되자 방출을 요청했고, 한화는 2월 1일 자유계약선수로 풀어줬다. 권혁은 이틀 뒤 두산과 연봉 2억 원에 계약했다. ‘연봉 재계약’이 이뤄지지 않았고, 스프링캠프를 앞둔 시점이라 한화가 대승적 차원에서 권혁의 요구를 수용한 결과다.

이용규는 처지부터 권혁과 다르다. 2018시즌을 마치고 2번째 FA(프리에이전트) 권리행사에 나선 그는 올 1월 30일 2+1년 총액 26억 원에 한화와 잔류 계약을 했다. FA 첫 시즌인 데다, 시즌이 개막하지도 않은 시점이라 트레이드가 현재로선 쉽지 않다. 각 팀이 이미 외야진 구성을 마쳤고, 나이도 적지 않은 FA 계약자라는 이용규의 신분을 고려하면 한화와 선뜻 트레이드 카드를 맞춰볼 구단이 나서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용규가 희망하는 차선책으로 알려진 방출의 경우에도 한화의 또 다른 대승적 결단이 필요해 현재로선 기대난망이다. 연간 옵션 4억 원은 제외하더라도 계약금 2억 원, 연봉 4억 원으로 이용규에게 최소 2년간 보장해줘야 할 10억 원은 한화가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용규와 한화 사이에 모종의 합의가 이뤄져야 그나마 가능한 해결책이 방출이다.

현 시점에선 시간이 답일 수 있다. 이용규로선 냉각기를 거쳐 감정이 가라앉은 상태에서 돌파구를 찾을 필요가 있다. 마음이 떠난 선수를 계속 붙들고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인 한화 또한 대화 노력과 더불어 다각도로 해법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대전|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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