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친구사이 우정의 대결 뒷얘기와 토종들의 책임감

입력 2019-03-17 18: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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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18-2019 도드람 V리그’ 여자부 플레이오프 2차전 한국도로공사와 GS칼텍스의 경기에서 GS칼텍스가 풀세트 접전 끝에 3-2로 승리하며 시리즈 동률을 이뤄냈다. GS칼텍스 차상현 감독(가운데)이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장충|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도로공사-GS칼텍스의 2018~2019시즌 V리그 여자부 플레이오프는 중고교 동창으로 30년 지기 김종민, 차상현 감독이 겨루는 우정의 대결로 화제가 됐다. 이 과정에서 차상현 감독의 엄청난 입담이 대중에게 숨김없이 드러났다.

12일 벌어졌던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에서 좌중을 휘어잡았던 차상현 감독은 17일 벼랑 끝의 2차전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았다. 15일 김천에서 벌어진 1차전에서 결국 마지막에 웃은 사람은 홈팀 도로공사 김종민 감독이었다. 2시간26분의 혈투가 끝난 뒤 두 사령탑이 웃으면 악수를 나누는 장면이 회제가 됐다. 경기 전 인터뷰에서도 취재진의 질문이 여기에 몰렸다.

차상현 감독은 “졌는데 기분 좋은 사람은 없다. 한데 쥐어박고 싶었으나(농담이었다고 곧이어 말함) 두 팀 모두 열심히 했고 서로가 각자 준비한 것을 다 보여줬다. 수고했다는 의미에서 악수를 했다. 결국 두 팀 가운데 누구는 이기고 누구는 지는 게 배구다. 경기 뒤 인상을 쓴다고 결과가 바뀐다면 그렇게 했겠지만 그럴 수는 없다. 악수는 우리의 패배를 인정한다는 뜻이 아니라 서로 잘 싸웠다는 의미였다”고 했다.

2차전도 풀세트 접전이 벌어졌다. 이번에도 두 감독은 경기가 끝나자마자 악수를 주고받았다. 경기 뒤 인터뷰에서도 취재진들은 악수할 때 어떤 말을 주고받았냐고 물었다. 차 감독은 “쥐도 새도 모르게 악수를 했다. 고생했다고 말했다”면서 패한 친구에게 위로의 말을 해줬음을 털어놓았다.

사흘 사이에 10세트를 소화한 차 감독은 미디어데이에서 정규리그 1위팀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이 했던 당부를 다시 생각나게 해줬다. 당시 박 감독은 “두 팀이 김천~서울~김천을 찍고 많은 세트를 하고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차 감독은 “박미희 감독만 좋아졌다. (오늘 경기장에 왔는데) 박수를 치지 않았을까 한다. 우리만 죽을 맛”이라고 했다.

이런 차 감독은 2차전을 앞두고 마지막까지 고민했던 것이 있었다. 스타팅포지션 한 자리를 비워놓고 선수들이 몸을 푸는 마지막 순간까지 고민했다.

그 대상자는 알리였다. 몸 상태가 좋지 못한 알리를 출전시킬 것인지 여부를 놓고 그는 끝까지 고민했다. 알리는 1차전에서 30득점을 하며 두 팀 합쳐 최고득점을 기록했다. 이런 선수를 쓰지 않을 경우 돌아올 결과의 책임도 모두 감독이 뒤집어쓸 상황이었지만 그는 결국 알리를 빼고 표승주를 선택했다. 경기 내내 알리는 단 한 번도 코트를 밟지 않았다.

차상현 감독은 “로테이션 3번 자리를 놓고 마지막까지 고민하다 표승주를 선택했다. 잘 버텨준 토종선수들이 고맙다”고 했다. 그 선택은 다른 선수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경기 뒤 수훈선수로 선정됐던 강소휘~이소영~한다혜는 “알리가 없어서 더 책임감을 느꼈다. 믿음으로 경기를 했다. 우리끼리 똘똘 뭉쳐서 재미있게 경기를 했다”고 소감을 털어놓았다. 그동안 봄 배구는 외국인선수의 활약에 따라 승패가 대부분 갈렸지만 이번 여자부 플레이오프는 토종선수들의 힘에 1,2차전 승패가 달라졌다. 여러모로 색다른 봄이다.

장충|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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