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GS칼텍스의 품격 있는 패배와 존중 그리고 축하

입력 2019-03-20 08: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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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칼텍스 차상현 감독. 스포츠동아DB

이번 시즌 장충의 봄을 이끌었던 GS칼텍스가 봄 배구 무대에서 퇴장했다.

19일 도로공사와의 도드람 2018~2019시즌 V리그 플레이오프(PO) 3차전에서 3-2로 역전패 당하면서 5년 만에 찾아온 봄은 짧게 끝났다. 등장부터 예사롭지는 않았다. 시즌 초반 돌풍을 일으키며 앞서갔던 GS칼텍스는 후반 주춤하면서 봄 배구 티켓을 잡기까지 힘들었다. 시즌 마지막 2경기에서 총력전을 펼친 끝에 승점52(18승12패)를 확보했으나 다른 5개 팀보다 먼저 시즌을 끝내고도 경쟁 팀 IBK기업은행의 결과를 기다려야 했다.

● 유난히 극적이었던 등장과 퇴장

극적으로 찾아온 봄이었다. 되돌아보면 PO 티켓을 놓고 김천에서 벌였던 8일의 6라운드를 포함해 도로공사와 연속 4번의 풀세트 경기를 했다. 이 가운데 역대 PO 역사상 가장 극적이었고 처절했던 닷새 사이 15세트 경기는 두고두고 팬들의 입에 오르내릴 것이다. 평균연령 24세의 젊은 팀은 32세의 베테랑 팀과의 경기에서 즐기면서 하는 배구가 어떤 것인지 잘 보여줬다.

결국 마지막 고비에서 패기보다 앞선 경험에 물러섰지만 토종선수들만으로 똘똘 뭉쳐서 두려움 없이 공을 때리고 몸을 던져서 공을 잡아내려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차상현 감독도 이런 선수들을 자랑스러워했고 기특해 했다.

“아쉽기는 하지만 잘 싸웠다. 외국인선수 없이 두 경기를 끝까지 해준 선수들이 고맙다. 가진 선수자원을 가지고 이것저것 다 시도했다. 상대를 이렇게 괴롭혔다는 것만으로 선수들이 고맙다. 우리 선수들이 많이 성장했다”면서 밟은 표정으로 경기 뒤 인터뷰를 했다. 모든 것을 불살랐기에 차상현 감독은 지고도 선수들을 칭찬했고 밝은 미래를 먼저 얘기했다.

한국도로공사 김종민 감독. 스포츠동아DB


● 우정과 존중 그리고 품격 있는 패배

차상현 감독은 봄 배구에서 30년 지기 김종민 감독과 벌인 경쟁을 재미있게 만들었다. 미디어데이를 시작으로 시리즈 내내 솔직하면서도 상대를 존중하는 발언으로 팬들에게 흥미와 기대감을 선사했다. 1,2차전에서 경기 뒤 서로 먼저 다가가 악수를 나눴던 두 사람은 최종 3차전 뒤 포옹을 했다. V리그 역사에서 이렇게 품격을 갖춰가며 승패를 결정하는 모습은 없었다.

“축하한다. 올라가서 잘해라” “수고했다”고 두 감독이 포옹하면서 주고받은 말 속에는 상대를 향한 진심과 진한 우정이 담겨 있었다. 패배로 속이 쓰릴 상황에서도 “우리가 너무 힘을 많이 빼버린 것이 아니냐”며 농담을 걸 정도로 의연했던 차상현 감독은 GS칼텍스 선수들에게도 승자를 축하해주는 아름다운 패자의 모습을 가지라고 당부했다.

“비겁하게 지고 나서 뒤로 뭐라고 말하지 말자. 우리는 운동하는 사람들이다. 언니들에게 진심으로 축하해줘라. 문자든 뭐든 그게 맞다. 괜히 삼류같이 뒤에서 욕하고 인상 쓰고 절대 그러지 말자. 우리는 토종 선수만 가지고도 이렇게 상대를 괴롭혔다. 이런 경기 내용을 보였다는 것만으로도 너희는 박수 받아야 한다”고 선수들에게 말했다. 패배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승자를 인정하고 결과를 존중하자는 그의 말에는 스포츠가 추구하는 모든 이상이 다 들어 있었다. 모든 것을 쏟아 부었기에 후회가 없는 차상현 감독과 GS칼텍스 젊은 선수들은 당당한 패자의 모습으로 품격 있게 경기장을 떠났다.

김천 ㅣ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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