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기어’ 이용규로 휑해진 한화 하위타선, 응급처방 결과는?

입력 2019-03-24 17: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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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릴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 앞서 한화 한용덕 감독이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잠실|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트레이드를 요청한 외야수 이용규(34)가 한화 이글스에 미친 영향은 결코 작지 않았다. 한화는 정규시즌 개막을 하루 앞둔 22일 이용규에게 ‘무기한 참가활동 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리고 파문 수습에 나섰으나, 우려했던 대로 그 여파는 개막 2연전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2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개막전에선 한화 하위타선의 공동화가 두드러졌다. 6번 유격수 하주석~7번 좌익수 김민하(6회초 양성우 교체투입)~8번 포수 최재훈~9번 2루수 정은원이 선발로 출전한 가운데 최재훈만 4타수 2안타 1타점으로 활약했을뿐 하위타선의 나머지 타자들은 15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경기 막판까지 꾸준히 득점 찬스를 잡고도 한화가 4-5로 패한 결정적 요인이었다.

한용덕 한화 감독은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중반 연습경기부터 1번 중견수 정근우-2번 3루수 송광민의 새 테이블세터진을 가동하는 한편 이용규를 9번 좌익수로 배치해 상하위타선의 연결고리 역할을 맡겼다. ‘한방’이 있는 송광민을 ‘강한 2번’으로 기용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이 전략은 개막전까지 생명력을 이어가 상위타선(1~5번)은 19타수 10안타 3타점을 합작했다. 1번부터 5번까지 모두 안타를 신고했다. 그러나 하위타선의 침묵으로 잔루가 잔뜩 쌓였다. 정근우가 첫 타석부터 3연타석 안타를 터트린 사실을 고려하면 더더욱 아쉬운 결과였다.

24일 2차전을 앞두고 한 감독은 뜸 들이지 않고 응급처방을 내놓았다. 한 감독은 “강한 2번을 하려다 보니 6, 7번이 약해졌다”며 타순을 전면 재조정했다. 2번에 좌익수 장진혁을 놓고 개막전에서 2~5번을 맡았던 송광민~제라드 호잉(우익수)~김태균(지명타자)~이성열(1루수)의 타순을 한 칸씩 뒤로 밀었다. 7번 최재훈~8번 하주석~9번 정은원이 그 뒤를 받쳤다.

다행히 바뀐 타순은 7회초 한 감독을 흐뭇하게 해줬다. 두산 야수진의 거듭된 실책으로 1점을 더 달아나 3-0으로 앞선 가운데 이어진 무사만루 기회서 정은원이 1타점 중전적시타로 한화의 승리를 재촉했다. 6회까지 두산 선발 이용찬에게 2안타 2볼넷으로 2점만 뽑아냈던 한화 타선은 7회에만 3안타 1볼넷과 상대 실책 2개를 묶어 4점을 추가하며 대세를 갈랐다. 개막전의 1점차 아쉬운 패배를 단단히 되갚았다.

이용규의 복귀일은 현재로선 기약할 수 없다. 참가활동이 정지되는 동안 연봉 300분의 1(일당)에서 50%씩 감액이 이뤄진다. 팀 훈련에도 참여할 수 없다. 개막 직전 팀의 기강과 분위기를 나락으로 떨어트린 데 따른 대가다. 그러나 그보다 더한 징계는 잊혀지는 것인지 모른다. 어느새 한화 덕아웃에선 이용규의 이름 석자가 금기어처럼 변했다. 누구도 그 이름을 입 밖으로 선뜻 꺼내지 않는다. 모두에게 커다란 상처이기 때문이다. 이용규 없이 시작된 한화의 2019시즌이 어떤 결말을 낳을지, 시즌 내내 핫이슈임에 틀림없다.

잠실|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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