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 절실한 ‘베테랑의 품격과 헌신’

입력 2019-03-26 14: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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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한용덕 감독. 스포츠동아DB

한화 한용덕 감독. 스포츠동아DB

한화 이글스 한용덕 감독(54)은 24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을 마친 뒤 “김태균이 1회 선취점을 내줘서 승리할 수 있었다. 김태균, 정근우, 송광민, 이성열 등 고참들이 중심을 잡아주니 팀이 탄탄하고 짜임새가 좋아졌다”고 밝혔다. 베테랑 선수들의 활약이 11-1 완승의 밑거름이 됐다는 칭찬이었다.

평소 같으면 승리 후 의례적인, 대수롭지 않은 발언으로 간주할 수 있다. 그러나 시즌 개막을 목전에 두고 한화에 휘몰아친 소용돌이를 고려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베테랑 선수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한 감독은 또박또박 열거했다. 팀의 간판 김태균(37), 올해 주장을 새로 맡은 이성열(35), 1루수로도 모자라 외야수로까지 변신한 정근우(37), 지난해 한때 미운 정이 들었던 송광민(36)까지 그들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부르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트레이드 요청으로 일대 파문을 일으킨 외야수 이용규(34)에게 구단 자체적으로 내려진 ‘무기한 참가활동 정지’ 징계가 언제 풀릴지는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다만 이용규를 배제한 채 한 시즌을 꾸릴 수밖에 없음을 현실로 받아들일 필요는 있다. 이용규의 이탈로 한층 헐거워진 외야수비와 약화된 하위타선을 어떤 방식으로든 보완해나가야 한다. 그보다 더 중요한 과제는 팀워크의 회복과 강화다.

한화가 지난해부터 모든 역량을 동원해 추진 중인 세대교체와 리빌딩에는 필연적으로 여러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 30대 중후반 베테랑 선수들의 불만과 반발도 그 중 하나다. 통과의례와 같은 과정을 한화 또한 지난해부터 겪고 있다. 그 결과 이미 일부 베테랑 선수들은 다른 길로 떠나갔다. 자칫 팀 분위기를 침체시킬 만한 일들이 새 시즌 초반까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어려움에 처했을 때는 리더의 의연하고 현명한 대처가 절실하다. 한 감독은 김태균, 정근우, 송광민, 이성열에게 “중심을 잡아주니 팀이 탄탄하고 짜임새가 좋아지는” 구심점 역할을 당부했다. 감독의 말 한마디, 결단 하나에 못지않게 베테랑들의 자발적 솔선수범이 후배 선수들에게 미치는 파급력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베테랑들의 품격과 헌신을 기능적 가치를 넘어선 본질적 가치로 인식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한 감독은 담고 싶었을 것이다. ‘비 온 뒤 땅이 굳는’ 이치처럼 좀더 단단해진 한화는 팬들의 바람이기도 하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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