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영화보다 극적이었던 어벤져스의 해피엔딩

입력 2019-03-26 21: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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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2018-2019 도드람 V리그’ 천안 현대캐피탈과 인천 대한항공의 챔피언결정전 3차전 경기가 열렸다. 공격 성공 후 다 함께 기쁨을 나누고 있는 현대캐피탈 선수들. 천안|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어벤져스’다운 멋진 결말이었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1승 뒤 3연패)의 아쉬움을 대한항공에게 3승 무패로 되돌려주면서 26일 현대캐피탈은 통산 4번째 봄 배구의 주인공이 됐다. 2018~2019시즌을 앞두고 FA 시장에서 전 시즌 득점 9위(534득점) 전광인을 영입하고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에서 최다득점(966득점)의 파다르를 선택하자 파괴력은 최고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래서 탄생한 별명이 어벤져스였다. 물론 우승은 쉽지 않았다. 할리우드 영화의 흥미진진한 스토리처럼 시즌 내내 다양한 복선과 위기가 찾아왔다. 국가대표급 스타들을 모았지만 원 팀으로 만드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전광인과 문성민의 역할을 놓고 오랜 고민이 있었다. 시즌에는 팀의 정신적인 기둥인 캡틴 문성민이 희생했다. 부주장 전광인은 장점인 탄력 높은 공격 대신 수비와 리시브에서 더 많은 역할을 책임져야 했다.

전광인 영입의 보상선수로 주전세터 노재욱이 빠져나간 영향이 컸다. 플레이오프전까지 주전세터는 불확실했다. 최태웅 감독은 이승원을 계속 고집했다. 기대만큼 성장이 따라오지 못했다. 당연히 팬들의 비난은 갈수록 커졌다.

세터가 안정되지 않자 팀의 정체성도 흔들렸다. 몇 년간 팀을 상징하던 배구스타일이 달라졌다. 파다르가 혼자서 해결하는 배구로 간신히 이기는 경우가 늘었다. 고민하던 감독은 궤도를 수정했다. 다시 업템포를 꺼내들었다.

새 출발을 하던 시기에 부상이 찾아왔다. 미들블로커 김재휘를 시작으로 신영석과 문성민이 다쳤다. 개막 전에는 차영석과 이승원이 큰 부상을 당했다.

돌아가면서 주전들이 다치자 정규리그 우승을 노리던 진로도 수정했다. 4라운드까지 19승5패로 선두를 달리던 팀은 5~6라운드에 6승6패에 그쳤다. 리그 2위로 시즌을 마쳤다. 최태웅 감독은 멀리 봤다. 베테랑 리베로 여오현을 아꼈다. 시즌 막판에 군에서 제대한 최민호가 가세했고, 어벤져스가 완성됐다.

우리카드와의 플레이오프. 우리카드의 외국인선수 아가메즈가 시즌 막판의 복근부상으로 제 몸 상태가 아니었다. 1차전에서 신영석의 블로킹으로 간신히 3-2 승리를 거뒀다. 2차전을 앞두고 파다르의 허리에 탈이 났다. 영화처럼 새로운 영웅이 나타났다. 허수봉이었다. 21세의 어린 선수는 20득점으로 팀을 이끌었다. 그 기세에 우리카드는 시리즈 전적 2연패로 물러났다. 그동안 최태웅 감독을 애태우던 이승원도 마침내 숨겨뒀던 기량을 터뜨렸다.

챔피언결정전은 모든 세트마다 끝을 예측하기 어려운 접전이었다. 현대캐피탈은 결정력에서 앞섰다. 장점인 중앙에서의 우위는 상대팀 대한항공 박기원 감독도 인정했다. 인천 원정에서 2경기 모두 풀세트 혈투를 벌인 끝에 2연승을 거뒀다. 블로킹에서 29-17로 앞섰다. 파다르가 아픈 허리지만 상대 가스파리니보다 화력대결에서 이겼다. 1차전 5세트에서 문성민이 서브로 감독의 주문처럼 기적을 만들어냈다. 9-6의 열세를 뒤집은 것이 시리즈의 터닝포인트였다. 2차전에도 진땀을 흘렸지만 아픈 무릎을 참고 헌신한 전광인이 경기를 끝냈다. 2경기 모두 마지막 포인트를 책임져준 전광인은 역시 우승하려고 현대캐피탈에 온 선수였고, 선물로 챔피언결정전 MVP를 받았다.

천안|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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