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에서] 8년이나 걸린 케이로스 한 방 먹이기

입력 2019-03-26 22: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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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축구대표팀과 콜롬비아 축구대표팀의 평가전에서 대한민국이 2-1 승리를 거뒀다. 경기 후 콜롬비아 케이로스 감독(오른쪽)이 하메스를 위로하며 경기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상암|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우리는 그를 ‘여우’라고 불렀다. 얄미워서 붙인 별명이다. 물론 인정하자면 그는 전술적으로 뛰어난 지도자다. 그래서 더욱 이기고 싶었다. 하지만 우리의 안간힘은 번번이 물거품이 됐다. 콜롬비아대표팀의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 얘기다.

우리에게 그는 이란 감독이 더 익숙하다. 그는 2011년 4월부터 8년간이나 지휘봉을 잡았다. 그동안 한국축구는 5번 싸워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1무4패다. 4연패를 하다가 2017년에 겨우 무승부를 기록하며 연패 사슬을 끊었다. 그만큼 질긴 악연이다.

특히 2013년 6월 울산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경기에서는 1-0으로 승리한 뒤 한국 벤치를 향해 ‘주먹감자’를 날리는 만행을 저질렀다. 지금도 그때의 앙금은 그대로다.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 선 그는 콜롬비아대표팀 감독이었다. 2019 아시안컵 이후 이란에서 콜롬비아로 말을 갈아탔다. 하지만 여전히 두려운 존재다. 콜롬비아뿐 아니라 케이로스를 넘어야하는 게 우리의 목표였다.

그래서 태극전사들의 각오는 남달랐다. 반드시 이기겠다는 의욕이 넘쳤다. 이번에 콧대를 꺾지 못한다면 또 다시 콜롬비아가 두려운 존재가 될 게 뻔했다.

전반 손흥민의 선제골이 나왔을 때 “이젠 됐다”는 느낌이 들었다. 손흥민은 A매치 9경기 만에 골 맛을 봤다. 케이로스는 바빠지기 시작했다. 이리저리 벤치 앞을 뛰어 다녔다. 특유의 몸짓으로 선수들을 독려했다.

후반 상대에게 동점골을 허용했다. 불안감이 음습한 건 이 때였다. “혹시 이번에도 비기는 건 아닐까.” “역전 당하면 어쩌나.”

하지만 태극전사들은 강했다. 이내 이재성의 결승골이 터졌다. 6만 관중의 함성이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상대의 반격도 마지막까지 매서웠다. 경기 종료 직전 상대의 연속된 공격에 가슴을 쓸어내려야했다. 특히 콜롬비아 선수의 슛이 골대 안으로 들어가면서 “이럴 수가”라는 탄식이 나오려는 순간, 부심의 깃발이 올라갔다. 반칙이 선언되면서 한국의 승리는 굳어졌다. 천만다행이었다. 콜롬비아 선수들뿐 아니라 케이로스 감독도 부심에게 거칠게 항의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한국은 콜롬비아와 상대전적에서 4승2무1패로 앞서갔을뿐만 아니라 케이로스에게 처음으로 제대로 한 방 먹인 날이었다. 통쾌하고 짜릿한 상암 스토리는 그렇게 끝이 났다.

상암|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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