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 첫 만루포·낯선 맹타…불혹에 시작되는 이야기

입력 2019-03-28 13:06: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삼성 박한이. 스포츠동아DB

2001년 입단한 박한이(40·삼성 라이온즈)는 지난해까지 18시즌 통산 2097경기에 출장해 144홈런을 때려냈다. 그가 때려낸 홈런 중 솔로포는 80개, 투런포는 44개, 석 점포는 20개였다. ‘그랜드슬램’은 한 차례도 없었다. 물론 만루홈런이 흔히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박한이의 화려한 커리어를 비춰보면 다소 의아할 수 있다. 박한이는 27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입단 후 첫 만루포를 쏘아 올렸다. 앞선 타석 솔로홈런에 이은 멀티포이자 토종 최고령 만루홈런 기록이었다. 삼성 관계자에 따르면 그는 “부끄럽다”는 손사래로 만루포 소감을 대신했다. 대신 그는 “내 홈런보다 팀 승리가 더 중요하다. 이 분위기를 이어서 팀이 상승세를 탔으면 좋겠다”는 베테랑의 책임감을 드러냈다.

박용택(40·LG 트윈스)에게 봄은 그리 달갑지 않은 계절이다. 시즌이 시작하는 3~4월에 타격감이 좋았던 기억은 많지 않다. 스스로도 “다양한 시도를 해봤다. 시범경기부터 페이스를 빨리 올려보기도, 최대한 몸을 늦게 만들기도 했지만 결과는 같았다. 4월은 늘 힘들다”고 했다. LG 감독 출신 인사도 “(박)용택이가 봄에 성적이 안 나오는 건 많이 알려진 사실 아닌가”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지난해 3~4월 30경기에서 타율 0.330, 2홈런, 15타점으로 징크스를 깼다. 올해도 순조롭다. 박용택은 27일까지 4경기에서 타율 0.375(16타수 6안타), 3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자신이 갖고 있는 7년 연속 150안타 대기록 경신의 출발이 순조롭다. 박용택은 “지난해부터 처음 시작이 좋다. 올해는 좋은 감을 최대한 길게 유지해보겠다”고 다짐했다.

박한이는 올시즌에 앞서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었지만 권리 행사를 포기했다. 지난 시즌에 이어 올해도 백업이 그의 역할이다. 데뷔 후 줄곧 상위타선에 머물렀던 박용택은 올해 6번타순으로 하향됐다. 그 역시 올시즌에 앞서 FA 자격을 얻었고, 협상 과정에서 약간의 진통도 있었다. 박용택은 “2년 뒤 은퇴”를 선언했다. 둘은 “서로 힘냈으면 좋겠다. 마지막 남은 1970년대생 선수가 되고 싶지 않다”는 말로 서로를 격려한다.

KBO리그는 갈수록 베테랑에게 냉정해진다. 이제 남은 1970년대생 고참은 박한이와 박용택 둘 뿐이다. 누군가는 ‘끝’을 논하고, 누군가는 ‘마지막 불꽃’이라고 평한다. 하지만 박한이와 박용택은 앞선 20여 년간 해보지 못했던 야구를 2019년에 느끼고 있다. 불혹은 새로운 전설을 쓰기에 늦지 않은 나이인 듯하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