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연패, 50경기 같았다” 이강철 감독의 특별했던 하루

입력 2019-03-30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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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철 감독. 사진제공|KT 위즈

첫 사랑, 첫 직장, 첫 월급, 야구에서는 첫 승이나 첫 홈런 등. 누구에게나 처음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이강철 KT 위즈 감독에게 2019년 3월 29일은 평생 기억될 선명한 순간일 것이다.

KT는 29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홈 개막전에서 6-2로 승리했다. 선발투수 윌리엄 쿠에바스가 6이닝 7탈삼진 3실점으로 데뷔 첫 승을 따냈고, 정성곤(2이닝 무실점)~김재윤(1이닝 무실점)이 남은 이닝을 책임졌다. 타선에서는 강백호가 5타수 3안타, 장성우가 4타수 3안타 3타점으로 펄펄 날았다.

이날 승리가 더 큰 의미인 것은 이강철 감독의 데뷔 첫 승이기 때문이다. 2006년 KIA 2군 투수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이 감독은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두산 베어스에서 수석코치 생활을 거친 뒤 올해 처음 감독 지휘봉을 잡았다. 야심차게 시작했지만 시범경기 1무5패에 이어 개막 5연패로 첫 단추를 꿰지 못했다.

어느 팀, 어느 감독에게도 5연패는 뼈아프지만 신임 감독에게는 더욱 그렇다. 이 감독 역시 마찬가지다. 29일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도 여유 섞인 농담을 건넸지만 답답함을 숨기지 못했다. “막힌 혈을 뚫어줄 선수가 나왔으면…”이라는 자조 섞인 한탄도 뱉었다.

이날 경기는 이 감독의 타순 변화와 마운드 운용이 딱 맞아 떨어졌다. 경기 후 이강철 감독은 “5연패가 50경기 같았다. 선수들에게 좋은 옷을 입히지 못한 것 같아 미안했다. 늦었지만 연패를 끊어 다행”이라고 털어놨다.

신임 감독으로서 고충도 있었다. 이 감독은 “내가 초보 감독이 아니었다면 선수들이 첫 승에 대한 부담이 없었을 것이다.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다. 코칭스태프와 프런트, 선수단 모두에게 고맙다”는 진심을 전했다.

늦게나마 첫 단추를 꿴 만큼 지금의 좋은 흐름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강철 감독은 이날 3루수 황재균~유격수 심우준 카드를 꺼내들었다. 황재균이 6번으로 내려가며 박경수와 유한준이 테이블세터를 맡는 그림이다. 이 감독은 “결과가 좋아서가 아니라, 오늘 타선의 그림이 더 나은 것 같다”며 한동안 상위타선 고정을 시사했다.

“오늘은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뒤늦게 첫 승을 신고했지만 이제 138경기가 남아있다. 이강철 감독의 선명한 기억은 3월 29일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수원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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