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배영수. 스포츠동아DB
‘푸른 피의 에이스’라 불리며 영원히 삼성 라이온즈의 일원으로 남을 것만 같았던 배영수(38)의 2019시즌은 새로운 도전이다. 한화 이글스를 거쳐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고 맞이하는 첫 번째 시즌, 그에게는 하루하루가 새롭다.
냉정히 말해 입지는 달라졌다. 한 시즌 10승을 보장하던 과거와는 분명 차이가 있다. 현역 최다승(137승)을 거둔 왕년의 에이스라는 타이틀도 내려놓았다. 그러나 팀에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는 존재가 되겠다는 마음가짐 하나만큼은 변함없다. 일본 오키나와~미야자키 1~2차 스프링캠프에서 누구보다 많은 땀을 흘린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연봉은 2018시즌의 5억 원에서 올해 1억 원으로 대폭 삭감했지만, 두산의 영입 제안을 받자마자 고민할 틈도 없이 받아들였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사실만으로도 엄청난 동기부여다. 그는 “여러 팀의 문화를 직접 겪고 있는 것 자체만으로 큰 자산”이라고 했다.
배영수는 2일 잠실 KT 위즈전에 앞서 장원준과 함께 1군 엔트리에 등록될 예정이다. 두산은 1일 박신지와 강동연을 엔트리에서 제외하며 둘의 자리를 만들었다. 두산 김태형 감독도 “배영수는 본인이 100%의 몸 상태라고 한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2군에선 3월30일 SK 와이번스전에 등판해 2이닝 1안타 2볼넷 2삼진 무실점을 기록했고, 직구 최고구속은 139㎞까지 나왔다. 시속 140㎞ 안팎의 직구로 상대 타자의 몸쪽을 공략할 수 있다면,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김 감독은 “일찍 준비시킬 예정인데, 투구를 더 지켜보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어깨가 무겁다. ‘좋은 투구’뿐만 아니라 무형의 가치도 보여줘야 해서다. 젊은 투수들의 멘토 역할이 그 중 하나다. 구속과 관계없이 마운드에서 꾸준히 살아남는 법을 연구하는 모습은 후배들의 귀감이 되기에 충분하다. 투구 템포에 변화를 주고 타자와 수싸움을 하며 코너워크에 신경 쓰는 게 좋은 예다. 격려와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오키나와 캠프 때는 4년 후배 최대성을 향해 “16년 연속 (시속) 150㎞를 유지하는 것도 대단한 기록”이라며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이제는 본인이 직접 나설 때가 됐다. 잠실구장의 1루 덕아웃과 불펜에서 대기하는 것도 첫 경험이다. 그래서일까. 1군 등록을 하루 앞둔 1일 소감을 묻자 “설렘”이라는 두 글자로 답변을 대신했다. ‘두산맨’으로서 첫발을 내디딜 준비를 마친 배영수다. 향후 행보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