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KT 위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렸다. 선발 투수로 등판한 두산 유희관이 역투하고 있다. 잠실|김종원 기자 won@donga.com
두산 베어스 유희관(33) 얘기다. 2018시즌 평균자책점 6.70(10승10패)으로 부진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다른 투수에 비해 느린 구속에도 불구하고 안정된 제구력과 로케이션을 앞세워 두산 선발진의 중심축으로 거듭났다.
유희관은 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MYCAR KBO리그’ KT 위즈와 홈경기에 선발등판해 6이닝 동안 90구를 던지며 3피안타 1볼넷 1사구 3탈삼진 무실점의 호투로 팀의 9-0 완승을 이끌었다. 이로써 유희관의 평균자책점은 종전 2.57에서 1.39(13이닝 2자책점)로 좋아졌고, 2경기만에 첫 승리까지 거머쥐었다. 기분 좋은 출발이다.
이날 유희관은 최고구속 131㎞의 직구(34개)와 싱커(40개) 슬라이더(11개), 커브(4개), 포크볼(1개)을 섞어 총 90개의 공을 던졌다. 스트라이크(51개)와 볼(39개)의 비율은 썩 좋지 않았지만, 타자의 무릎 높이에 로케이션을 형성하며 정타 허용을 최소화했다. 5회와 6회 득점권 출루를 허용했지만, 후속타자를 깔끔하게 막아냈다. 좌타자를 상대로는 슬라이더, 우타자를 상대로는 싱커를 활용해 아웃카운트를 늘렸다.
유희관은 올 시즌을 앞두고 부활을 위한 키워드 가운데 하나로 로케이션을 꼽았다. 공이 높게 형성되면서 장타를 자주 허용했던 2018시즌의 아쉬움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각오였다. 이날도 스트라이크존 높은 코스에 들어간 공은 KT 타자들의 배트 중심에 맞았는데, 이는 극히 일부였다. 체중 8㎏을 감량한 덕분에 공을 최대한 앞으로 끌고 나와서 투구하는 점도 달라진 비결 가운데 하나다. 그만큼 무브먼트가 좋아졌다는 얘기다.
마운드에서 평정심을 잃지 않은 부분도 돋보였다. 구심의 스트라이크존에 대해서도 별다른 표현을 하지 않았다. 아쉬움을 느낄 법한 스트라이크 판정에도 웃으면서 대처했다. 첫 등판(3월 27일 잠실 키움 히어로즈전)을 마친 뒤 “확실히 마운드에서 여유가 생겼다”는 두산 구단관계자의 평가는 정확했다. ‘느림의 미학’을 대표하는 유희관이 특유의 환한 미소와 함께 돌아왔다.
잠실|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