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로하스. 스포츠동아DB
“이겨내야 한다.”
멜 로하스 주니어(29)는 지난 2년간 KT 위즈 타선에 엄청난 힘을 불어 넣은 타자다. 조니 모넬의 대체자로 합류한 2017시즌 83경기에만 뛰고도 타율 0.301, 18홈런, 56타점의 성적을 거뒀고, 지난해에는 전 경기(144게임)에 출장해 타율 0.305, 43홈런(공동 2위), 114타점을 기록하며 KBO리그 대표 타자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했다.
재계약은 당연했다. 조건도 좋았다. 총액 160만 달러(약 18억2000만 원)의 거액이었다. 보장 연봉만 100만 달러(약 11억 3700만 원)에 달한다. 그만큼 기대가 크다. 이강철 KT 감독이 로하스를 4번 이외의 타순으로 쉽사리 옮기지 못하는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그러나 2일까지 올 시즌 9경기에서 거둔 성적은 타율 0.176(34타수6안타), 홈런 없이 1타점으로 기대치를 밑도는 게 사실이다. 타율에 비해 높은 출루율(0.333)을 보이며 최소한의 몫을 해내고 있지만, 해결사 본능이 필요한 4번타자의 성적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이 감독은 로하스의 초반 부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본인이 (부담을) 이겨내야 한다. 4번타자의 타격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전체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면서도 “로하스에게 ‘부담 없이 하라’고 말해줬다. 로하스가 반등하면 좋아질 것이다. 희망적으로 본다”고 힘을 실어줬다.
타선의 중심인 4번타자가 느끼는 부담감은 엄청나다. 맹타를 휘두르던 선수도 4번타순에 배치된 뒤 부담감으로 인해 타격감이 떨어지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반대로 애초부터 4번타순에서 어려움을 겪던 선수가 순서를 바꾼 뒤 맹타를 휘두르기도 한다. 이 감독도 타순 변경을 아예 고려하지 않았던 게 아니다. 그는 “지금의 라인업이 베스트라고 생각하고 포지션 이동을 줄일 것이다. 정착하는 게 중요하다. 장고 끝에 지금의 타순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로하스를 꾸준히 4번타자로 기용하겠다는 의미다.
2018시즌에도 초반부터 타격감이 좋았던 것은 아니다. 4월까지 31경기에서 9홈런(24타점)을 기록했지만, 타율은 0.250(128타수32안타)에 그쳤다. 이를 두고 이 감독은 “초반에 좋지 않은 루틴이 있다고 하더라”며 “심리적인 요인이 있겠지만, 기술적으로 배트스피드가 다소 떨어진 측면도 있어 ‘스트레스 받지 말고 편하게 치라’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사령탑의 ‘기 살리기’에 로하스는 어떻게 응답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