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남기일 감독-수원 이임생 감독-전북 모라이스 감독(왼쪽부터). 사진|스포츠동아DB·한국프로축구연맹
남기일 감독은 1,2부의 큰 차이로 경기 템포와 외국인 선수를 꼽았다. 패스와 공수전환, 역습 등이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빠르다. 성남 수비진이 무너진 이유다. 외국인의 수준차도 크다. 2부는 평준화된 실력이지만 1부는 파워나 스피드, 골 결정력의 격차가 뚜렷하다. 신경 써야할 게 한 가지 더 있다. 비교의 시선이다. 지난해 경남FC는 승격 팀으로 엄청난 돌풍을 일으켰다. 1승1무3패의 성남으로선 눈치가 보인다. 조금씩 짜임새를 갖춰가는 부분은 긍정적이다.
# 수원 삼성은 명문구단이다. 하지만 최근 그 명성은 많이 퇴색됐다. 재건의 책임을 맡은 지도자는 이임생 감독이다. 싱가포르와 중국 무대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며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K리그 감독은 처음이다. 전술적인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초짜 감독이 넘기엔 K리그의 문턱이 만만치 않다.
초반 3연패의 쓴맛을 봤다. 수비벽은 자동문처럼 열렸다. 말들이 많았다. 감독은 밤잠을 설쳤다. 야심 차게 준비한 계획들을 원점으로 돌렸다. 벼랑 끝에서 펼쳐진 4라운드에서 겨우 첫 승을 거뒀다.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으면 눈물까지 흘렸을까. 한숨 돌리고 치른 5라운드에서 비겼다. 홈경기여서 연승 기회였지만 살리지 못했다. 1승1무3패. 확실한 건 이제 수원에 만만한 팀은 없다는 점이다. 조금씩 안정되는 수비가 위안이라면 위안이다.
# 전북 현대의 새 사령탑 조세 모라이스 감독(포르투갈)은 영입 때부터 집중 조명을 받았다. 전임 최강희 감독의 바통을 이어받았다면 정규리그 우승은 거뜬히 해낼 정도의 지도자라는 기대감이 컸다. 최 감독은 6번의 리그 우승을 통해 전북을 명문구단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물론 모라이스도 다양한 경험을 한 능력 있는 지도자다.
승부의 세계는 불예측성이 강한 곳이다. 아무리 뛰어난 지도자라도 단박에 능력을 발휘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 낯선 곳이라면 더욱 그렇다. 선수를 파악하고, 리그 분위기를 익히는 데만도 꽤 시간이 걸린다. 현재 전북은 절대 1강과는 거리가 멀다. 정규리그 2승2무1패,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 1승1패다. 주전 수비수들의 이탈이 뼈아프다. 외국인 선수들도 기대에 못 미쳐 걱정이 쌓인다.
무슨 일이든 처음은 어렵다. 설렘은 잠시다. 당장 고난이 눈앞이다. 중요한 건 적응력이다. 감독뿐 아니라 신인이나 외국인 선수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환경을 받아들이면서 자신의 길을 찾아야한다.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금방 포기해서는 안 된다. 속도보다는 방향이다. 목표를 향해 꾸준히 갈 줄 아는 긴 호흡이 필요하다. 언젠가는 기회가 온다. 구단과 팬도 기다릴 줄 알아야한다. 조금 부진하다고 해서 흔들면 무너지는 건 시간문제다. 이제 5라운드를 마쳤을 뿐, 아직 33라운드가 남았다. K리그를 처음 경험하는 모든 분들, 힘내시라.
최현길 전문기자·체육학 박사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