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손흥민이 4일(한국시간) 새 홈구장 뉴 화이트하트레인에서 열린 크리스탈 팰리스전 후반 10분 선제 결승골을 터트린 뒤 오른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하고 있다. 손흥민은 물론 토트넘 팬들도 영원히 잊지 못할 새 홈구장 개장 1호 골이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손흥민은 4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뉴 화이트하트레인)에서 열린 크리스탈 팰리스와의 2018~2019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31라운드 홈 경기에 선발 출격해 0-0으로 팽팽한 후반 10분 결승골을 기록, 소속 팀의 2-0 쾌승을 진두지휘했다.
2월 14일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독일)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16강 1차전 이후 약 2개월여 만에 다시 가동된 득점포이자 시즌 17호, 프리미어리그에서는 12번째 골이다. 기나긴 침묵을 깬 골의 의미는 다른 부분에서도 찾을 수 있었다. 이날 크리스탈 팰리스와의 대결은 새로운 안방에서 치러진 토트넘의 첫 공식경기였다. 손흥민의 득점이 공교롭게도 토트넘의 새 출발을 알리는 ‘개장 축포’가 된 셈이다.
이번 경기에서 최전방 스트라이커 해리 케인(잉글랜드)의 뒤를 받쳐주는 역할을 부여받은 손흥민은 중앙과 측면을 부지런히 오가며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고, 적극적으로 슛을 시도하면서 상대를 압박했다. 결실을 맺은 것은 후반 10분. 크리스티안 에릭센(덴마크)의 패스를 측면에서 받은 손흥민은 상대 문전 한복판을 돌파하며 수비수를 제쳤고, 곧바로 왼발 슛을 날려 골네트를 흔들었다.
압도적인 공세를 펼치고도 골을 얻지 못하는 답답한 상황이 깨지자 사기가 오른 토트넘은 후반 35분 에릭센의 추가 골로 만족스러운 승리를 챙겼다. 후반 추가시간에 교체 아웃된 손흥민을 향해 6만2000여 홈 관중의 엄청난 환호와 갈채가 쏟아진 것은 당연했다. 손흥민은 토트넘 미디어채널을 통해 “정말 놀랍다. 새 경기장에서의 골은 아름다웠다. 클럽과 코칭스태프, 팬들이 자랑스럽다. 환상적인 경기를 뛴 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선수”라고 감격에 젖었다.
오랫동안 기억될 역사를 만든 손흥민의 득점에 힘입어 최근 프리미어리그 5경기 연속 무승(1무4패)을 달리던 토트넘은 모처럼 승점 3을 획득하며 다음 시즌 UCL 출전티켓을 위한 치열한 경쟁에서 한 걸음 앞서게 됐다. 토트넘은 또 손흥민의 골이 나온 14경기(리그 컵, FA컵 포함)에서 전부 이기는 기분 좋은 징크스도 이어갔다.
토트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아르헨티나)의 보수적인 팀 운영으로 상대적으로 부족한 출전기회를 받는 손흥민을 향해 최근 현지 매체들은 우려와 동정의 시선을 동시에 던졌으나 이날의 한 방으로 말끔히 씻을 수 있었다. 영국공영방송 BBC스포츠가 홈페이지 메인화면에 손흥민이 환호하는 사진과 함께 ‘마법 같은 골’이라는 평가를 곁들일 정도로 실력으로 증명했다.
지난달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콜롬비아와의 A매치에서 골 맛을 본 손흥민은 부담을 덜고 상승세를 이어가게 됐다. 더욱이 토트넘은 맨체스터 시티(맨시티)와 UCL 8강을 앞두고 있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이 불가능해진 토트넘은 UCL 정상 도전을 노리고 있는데 다시금 불붙은 손흥민의 화력은 천군만마와 다름없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