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우려 끝’ 롯데 톰슨, “세계 최고와 붙던 자신감으로”

입력 2019-04-05 14: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롯데 제이크 톰슨. 스포츠동아DB

제이크 톰슨(25·롯데 자이언츠)을 향한 시선은 스프링캠프 때까지만 해도 우려가 가득했다.

하지만 톰슨은 단 2경기 만에 자신을 향한 우려를 지워내기 시작했다. 제구 약점은 사라진 자리를 다양한 구종에서 오는 레퍼토리가 채웠다.

2012년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의 지명을 받은 톰슨은 2016년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 처음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다. 메이저리그 3시즌 통산 30경기에 등판해 116.1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4.87의 기록만 남겼다. 마이너리그 기록은 120경기에서 32승31패, 평균자책점 3.76. KBO리그로 향하는 외인의 기록치곤 준수했다. 거기에 만25세의 젊은 나이도 매력이었다.

하지만 스프링캠프 세 차례 연습경기에서 5.1이닝 3실점, 평균자책점 5.06으로 고전했다. 문제는 제구였다. 귀국 후 키움 히어로즈와 시범경기에서도 4.2이닝 4볼넷 3실점으로 아쉬움을 드러냈다. 선발진 곳곳에 구멍이 뚫렸던 롯데로서는 믿었던 외인마저 자리 잡지 못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스멀스멀 떠올랐다.

하지만 정규시즌에 접어들자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 26일 사직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5.2이닝 무실점 쾌투를 선보인 톰슨은 31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7이닝 1실점을 기록했다. 2경기 12.2이닝 동안 볼넷은 단 1개뿐이었다. 그 사이 9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쌀쌀한 날씨에도 최고구속은 144㎞까지 나왔다. 날이 따뜻해지고 몸이 올라오면 140㎞대 중후반까지 기대하기에 충분하다.

4일 인천 SK 와이번스전에 앞서 만난 톰슨은 “미국 북동부의 시즌 초반도 이 정도 날씨다. 서서히 몸을 끌어올리는 데 익숙하다”며 “앞선 두 차례 등판은 85점 정도다. 100구 안팎을 던지며 9이닝을 소화한다면 그땐 100점을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자평했다.

시즌 전과 후가 판이한 모습. 톰슨은 “개막 이전까지 과정은 그저 실험이었다. 그 실험이 시즌 때 실패 확률을 줄일 것으로 생각했다”고 덤덤히 말했다. 양상문 감독이 칭찬한 영리함을 숨김없이 드러낸 톰슨이다. 톰슨 스스로도 동의했다.

“메이저리그에서 세계 최고의 타자들과 상대해봤다. 투수는 팔이 아닌 머리로 던져야 한다. 그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영리해져야 한다. 허를 찌르는 볼 배합이나 제구는 필수다. 타자의 스윙 궤적을 읽어 다음 투구 준비를 해야 한다.”

실제로 톰슨은 마이크 트라웃(LA 에인절스·2타수 1홈런), 지안카를로 스탠튼(마이애미 말린스·6타수 2안타 1홈런), 브라이스 하퍼(필라델피아·5타수 1안타) 등 세계 최고의 타자들과 상대해봤다. 결과는 제각각이었지만 이때의 경험이 KBO리그에서 작용한다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은 분명하다.

톰슨은 “나이를 떠나서 한국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오는 게 쉬운 결심은 아니었다. 하지만 성공에 대한 자신감은 있었다. 앞으로 커리어를 쌓아가는 데 KBO리그 무대가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했다”며 밝게 웃었다.

그의 적응을 돕는 건 5년차 외국인 투수 브룩스 레일리다. 레일리는 야구장 안에서는 물론 밖에서까지 그를 돕는다. 맛집 안내는 필수다. 톰슨은 레일리 덕에 제육볶음의 매력에 푹 빠졌다. 그는 “미국에 있을 때는 주로 골프를 쳤지만 한국에서는 사직구장 주위를 걷는 게 전부일 것 같다”며 “아무래도 키가 커서 팬들의 눈에 잘 띌 텐데, 사인이나 사진 촬영 요청을 망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미소 지었다.

인천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