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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의 느슨한 송구를 틈 타 3루에서 홈까지 내달리는 장면을 그는 수도 없이 그려왔다. 24일 만난 그는 “메이저리그 하이라이트나 토픽을 보면 그런 장면이 종종 나온다. 수비 입장에서는 허탈하고 맥이 빠지게 된다”며 “설령 타이밍이 늦어도 상대 실책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언젠가 꼭 한 번은 허를 찔러보고 싶었다”고 복기했다. 늘 그리던 플레이를 비로소 완성한 것이다. 박민우는 “영업 비밀이라 공개할 수 없지만 이렇게 상대의 빈틈을 노리는 상상을 여러 개 하고 있다. 앞으로 공개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박민우의 2019시즌 시작은 남들보다 약간 늦었다. 스프링캠프 때까지만 해도 올해 유일한 목표로 “부상 없이 풀타임을 치르는 것”을 내걸었지만, 시범경기 도중 허벅지 염증 부상으로 이탈했다. 재활군에서 차근차근 몸을 만든 그는 지난 12일 창원 롯데 자이언츠전에 앞서 1군 등록됐다. 복귀 후 10경기에서 타율 0.310(42타수 13안타), 4득점으로 활약 중이다. 그럼에도 그는 “지금 타율은 운이 만든 것이다. 전혀 맘에 들지 않는다. 지난해 초반 타격감이 워낙 안 좋았는데 그때와 비슷하다”고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쉬움은 그라운드에 모두 두고 오던 박민우도 23일 수원 KT전 5타수 무안타 이후 원정 숙소에서 배트를 쥐었다. 이런 절실함이 24일 경기 안타와 득점을 낳았다.
박민우는 “올해 목표가 다치지 않는 것이었는데, 이미 깨졌다. 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애쓰는 중이다. 어차피 한 번 다칠 거라면, 시즌 시작하기 전에 다치는 게 낫지 않겠나”라고 미소를 지었다.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는 주인공의 공상이 만든 모험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영화의 메시지는 결국 ‘현실의 소중함’이다. 평범한 일상이 때로는 어느 모험보다 아름다울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극적인 순간을 상상하고, 이를 현실로 옮기는 박민우지만 매일 작은 플레이 하나하나를 더욱 소중히 여긴다. 그렇게 박민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수원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