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재환의 숨은 선행…투병 대학선수에 전동 휠체어 선물

입력 2019-05-02 05: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두산 베어스 ‘간판타자’ 김재환이 남모르게 선행을 실천해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하반신 마비 증상으로 거동이 불편한 한 대학교 야구 선수를 위해 전동휠체어를 구입해 선물했다. 둘 사이의 개인적인 인연은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져 더 진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스포츠동아DB

4월 말 부산에 있는 경성대학교 야구부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수술 후 힘겹게 치료를 계속하고 있는 경성대 소속 야구선수를 돕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연락을 한 주인공은 뜻밖에도 유명 프로야구 선수였다. 그는 최대한 외부에 알리지 않고 자신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했다. 그러나 이 미담은 금세 대학야구를 중심으로 퍼져나갔다. 선행의 주인공이 두산 베어스 김재환(31)이었기 때문에 더 많은 관심이 모였다.

경성대학교 야구부 윤영환 감독은 1일 조심스럽게 “사실이다”며 “김재환 선수가 하반신 마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선수를 돕고 싶다며 전동휠체어를 보내줬다. 어떻게 고마움을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성대학교 야구부 내야수 한정수(4학년)는 얼마전 원인모를 목 통증에 시달리다 쓰러져 급히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로 이송됐다. 경추(목등뼈)에 이상이 발견됐고, 급히 수술을 받았지만 하반신 마비 증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의 한 종합병원에서 치료를 계속하며 다시 그라운드에 설 수 있다는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동수단이 항상 문제였다. 얼마 전까지 건강한 운동선수였지만 일반 휠체어로 홀로 이동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하반신이 불편한 환자가 이용할 수 있는 전동 휠체어 구입에는 수백 만 원 이상의 제법 큰 돈이 필요했다.

윤 감독은 “김재환 선수와 한정수가 같은 고교 동문도 아닌데 어떻게 소식을 들었는지 모르겠다.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이 전동 휠체어였다. 완쾌를 바라는 응원의 마음과 함께 전동휠체어를 선물해줬다. 고맙고 또 고맙다”고 말했다.

한정수는 덕수고 출신 우투좌타 내야수로 고교 때 정확한 타격으로 여러 대회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 대학에서도 열심히 훈련하며 프로선수의 꿈을 키웠다. 김재환은 인천고를 나왔다. 한정수와 개인적으로 인연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수술 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연이 알려진 후 경성대에 직접 연락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재환은 스스로 항상 마음에 짐을 짊어지고 있다. 2011년 파나마 야구월드컵에 참가한 뒤 도핑 테스트에서 테스토스테론 양성 반응이 나왔던 과거 때문이다. 호르몬제의 일종으로 국제대회 참가를 앞두고 헬스장에서 권한 피로회복제를 무심코 마셨다가 도핑에 적발됐다. 당시는 유명선수가 아니었다. 시간이 흘러 2016년부터 두각을 나타냈지만 야구를 잘하면 잘 할수록 과거에 대한 비난은 커졌다. 지금도 항상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이유다.

그러나 김재환은 과거를 잊거나 회피하지 않았다. “그라운드와 그라운드 밖에서 항상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겠다”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최선을 다한 삶에는 조용한 선행도 포함돼 있다. 구단도 모르게 여러 단체에 선행을 이어가고 있다. 전동휠체어에 담은 응원과 격려도 그 따뜻함 중 하나다. 돈도 돈이지만, 남모르게 선행을 하려는 그 마음씨가 더 큰 감동을 주고 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