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을 준비하는 남자가 준 큰 ‘선물’, 김회성의 진심

입력 2019-05-08 09: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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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김회성. 스포츠동아DB

한화 이글스 내야수 김회성(34)은 요즘 타석에 들어설 때면 매번 ‘마지막’을 의식한다. 어느덧 프로 11년 차임에도 대타 또는 대수비가 익숙해진 이유에서다. 올해 시즌 개막도 1군이 아닌 2군에서 맞았다. 퓨처스리그 5경기에서 홈런 없이 타율 0.400, 5타점을 기록 중이던 그는 지난달 2일 황급히 1군으로 콜업됐다. 오른쪽 팔꿈치에 탈이 난 주장 이성열을 대신해서였다.

지난 한 달여 김회성의 활약은 쏠쏠했다. 2차례의 끝내기안타를 포함해 7일까지 23경기에서 타율 0.333(30타수 10안타), 7타점을 올렸다. 선발출장은 6차례에 그쳤지만, 경기 중반 이후 투입돼 높은 집중력을 발휘한 결과다. 아직 홈런을 신고하진 못하고 있지만, 개막 직전부터 이탈자가 속출하면서 줄곧 어수선한 팀 사정을 고려하면 그의 기여도는 결코 작지 않다.

7일 인천 SK 와이번스전에서 모처럼 선발출장 기회를 잡은 김회성을 만났다. 원정경기라 훈련을 마치기 무섭게 서둘러 식사를 마친 그는 “항상 마지막이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후회를 남기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내 위치가 확고하지 않으니까”라며 웃었다. 계속해서 그는 “(이)성열 형이 아파서 1군에 올라왔다. 백업인 내가 잘해야 주전이 쉴 수 있다”고 말했다.

비록 한때지만 그에게도 소위 ‘잘 나가던’ 시절이 있었다. 2015년 83경기에 출장해 16홈런, 35타점을 뽑았다. 2009년 프로 데뷔 이후 가장 많은 경기에 나서며 홈런과 타점 역시 개인최고기록을 세운 해였다. “과거에는 주전 자리에 가까워지니까 잘 안 되면 속상해하고 조급해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언제든 마지막이 될 수 있으니까 타석에 서면 후회 없이 (배트를) 휘두르자는 생각뿐”이라며 그가 떠올린 ‘과거’가 바로 그 해다.

대수비, 대타로 보내는 시간이 녹록치는 않을 터. 그러나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깨달음이 역설적으로 그에게 심적 여유를 주는 듯했다. 김회성은 “팀이 이기는 게 제일 중요하다. 거기에 내가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한다”며 “아무래도 대타나 대수비는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 그 시간을 덕아웃에서 코치님들과 대화하고, 상대 투수를 분석하는 데 쓴다”고 밝혔다.

혼자만의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은 덕에 2차례의 끝내기안타로 팬들에게 결코 잊을 수 없는 추억과 기쁨을 선사할 수 있었다. 지난달 24일 대전 롯데 자이언츠전 연장 11회말 무사만루에서 그는 오현택을 상대로 첫 끝내기안타를 날렸다. 이어 어린이날 하루 전인 4일 대전 KT 위즈전 9회말 2사 만루에선 대타로 등장해 싹쓸이 2루타로 2번째 끝내기안타를 수놓았다.

KT 정성곤에게서 빼앗은 그 끝내기 2루타는 한 어린이 팬의 눈물과 어우러져 한층 더 깊고 진한 여운을 불러왔다. “항상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후회를 남기지 않으려고 노력한” 남자가 아홉 살 소년에게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선물을 안겼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그 남자는 한 소년에게 선물을 줄 수 있었던 그 순간을 평생토록 잊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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