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쪄가는 KT의 뎁스, 비로소 ‘빌딩’이 완성돼간다

입력 2019-05-11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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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뎁스’가 생기는 중이다. 리빌딩은 고사하고 빌딩 작업도 마무리되지 못했던 KT 위즈가 투타에 걸쳐 선수층을 살찌우고 있다. 이강철 감독의 구상이 조금씩 맞아가고 있는 KT다.
KT는 9일 수원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6-13으로 패했다. 선발투수 윌리엄 쿠에바스가 5이닝도 채우지 못하며 11점을 내줬으니 이기기 쉽지 않았다. 그러나 5회 이후 투입된 젊은 선수들이 활기찬 모습으로 상대를 집요하게 괴롭히며 이강철 감독의 근심을 덜었다.

이 감독은 10일 수원 키움 히어로즈전에 앞서 “선수들에게 어떻게든 기회를 줘서 확실히 만들고 싶다. 이제 조금씩 자신의 역할들을 확실히 이해하고 있다”고 흡족해했다. 2015년 1군에 진입했지만 매년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던 KT는 여전히 빌딩 과정이었다. 이 감독은 과감히 젊은 선수들을 적소에 기용하며 뎁스를 만드는 데 전념했다.

공교롭게도 이 감독의 이러한 발언 당일, KT가 뎁스의 힘을 증명했다. 이날 경기 6회부터 KT의 4번타자는 배정대였다. 6회 수비에서 중견수 멜 로하스 주니어가 송구 실책을 범했고, 이 감독은 문책성 교체를 택했다. 올 시즌 민첩성이 떨어진 로하스보다 배정대의 외야 수비 범위가 넓은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문제는 4번타자 자리였다. 배정대가 비록 ‘툴 플레이어’로 타격의 소질을 인정받았지만 이날 전까지 올 시즌 33경기에서 38타석만 소화했다. 찬스가 걸릴 가능성이 높은 4번 자리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었다.

그러나 배정대는 8회 선두타자로 나서 몸에 맞는 공을 얻어냈다. 뒤이어 후속 박경수의 안타로 무사 1·2루, 황재균이 적시타를 때려내며 KT가 5-6 턱밑까지 추격했다. 여기서 KT 벤치가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2루주자 박경수의 대주자로 송민섭을 투입했고, 유한준 타석에 심우준을 기용했다. 작전을 위한 결정이었다. 심우준은 깔끔한 보내기 번트로 제 역할을 다했고 1사 2·3루에서 장성우가 희생플라이를 때려냈다. 6-6 동점.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2사 3루에서 강민국이 유격수 김하성 쪽으로 강한 타구를 날렸다. 김하성이 몸을 날려 잡아냈지만 송구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1루 베이스를 쓸은 강민국은 포효했다. 빅 이닝으로 역전에 성공하자 KT는 9회 마운드에 정성곤을 올렸다. 정성곤은 깔끔하게 1이닝을 지우며 대역전극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해까지 KT의 해결사는 강백호, 로하스, 황재균, 박경수 등 일부 타자에게 쏠렸다. 승리보다 패배가 많았지만, 그 승리 속에서 빛나는 면면은 정해져 있었다. 하지만 이날 경기는 배정대, 심우준, 강민국, 송민섭 등 백업 멤버들이 주인공이었다.

이 감독은 올 시즌 김민혁을 붙박이 리드오프로 기용하고 있다.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던 정성곤과 주권은 핵심 셋업맨으로 거듭났다. 여기에 경기 중 대타, 대주자로 기용할 선수의 풀도 넓어졌다. 비로소 빌딩에 성공 중인 것이다.

이 감독은 “강팀에서 검증된 선수들로 경기를 운용하는 것도 재밌지만, 선수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재미도 좋다. 두각을 드러내는 선수들이 보이지 않나”라며 팀 기틀을 잡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전 캡틴’ 박경수도 “확실히 젊은 선수들의 에너지가 느껴진다. 베테랑들도 자극을 받을 수밖에 없다. 선수층이 두텁다는 건 강팀이 되는 초석”이라고 강조했다. 그 초석을 더디지만 확실히 다지고 있는 지금의 KT다.

수원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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