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김민. 스포츠동아DB
갑자기 ‘연습용 공’이 실전에서 가장 위력적인 무기로 변신한 사연에는 이강철 감독의 강권이 있었다. 15일 이 감독은 “불펜 투구를 지켜보는데 체인지업이 기가 막히게 떨어지더라. ‘왜 경기에서는 안 던지냐?’고 물었더니 ‘실전에서는 한두 개 정도 던지며 감각을 찾고 있다’고 하더라”며 “아무래도 조심스러웠겠지만 ‘안 던지면 앞으로 마운드에 안 올린다’고 했다. 충분히 실전에서 경쟁력이 있는 공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김민은 “처음으로 체인지업을 많이 던졌다. 굉장히 효과적이었다”고 만족해했다. 많은 투수들이 새로운 구종 장착을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열에 아홉은 실패한다. 새로운 공을 완성하기까지 몇 년이 걸리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김민은 단 한 경기 만에 완전히 다른 투수로 변신한 셈이다. 이 감독은 “매우 드문 케이스지만 자신도 모르는 굉장히 잘 맞는 구종들이 있다. 실전에서 던져야 완성이 된다. 매 의미 있는 성장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LA 다저스 류현진은 KBO리그 데뷔 시즌을 앞둔 2006년 스프링캠프에서 구대성에게 체인지업을 배우고 전혀 다른 투수가 됐다. 단기간에 익힐 수 있었던 것은 손의 감각과 열정적인 노력, 실전에서 사용을 두려워하지 않는 담대함이 있었다. 고졸 2년차 김민 역시 감독의 단호한 지시에 따라 그동안 간직해왔던 새 공으로 단숨에 큰 성장을 보여줬다.
광주|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