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의 샷 이글로 생애 첫 승까지 낚은 함정우

입력 2019-05-19 18: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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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정우. 사진제공|SK텔레콤

‘무관’의 신인왕 함정우(25)가 행운의 ‘샷 이글’을 앞세워 마침내 생애 첫 우승 트로피를 품었다. 지난해 정상 문턱에서 미끄러졌던 바로 그 대회, 그 장소에서 값진 설욕전을 펼쳤다.

함정우는 19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골프앤리조트 하늘 코스(파71·7040야드)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 투어 SK텔레콤 오픈(총상금 12억 원·우승상금 2억5000만 원) 최종라운드에서 13언더파 271타를 기록하며 추격자들을 모두 제쳤다.

함정우는 지난해 같은 곳에서 열린 이 대회에서 우승을 눈앞에서 놓쳤다. 3라운드까지 공동 선두를 달렸지만 마지막 날 5타를 잃으면서 공동 15위까지 추락했다.

당시 아픔을 아직 잊지 못한 함정우는 1년 뒤 다시 챔피언조로 임한 올해 대회에서 ‘77’이 적힌 빨간색 셔츠를 입고 나왔다. 지난해 최종라운드에서의 77타 악몽을 깨보자는 마음에서였다. 그리고 이는 결과적으로 결정적인 우승 특효약이 됐다.

이날 거친 비바람이 영종도를 몰아치면서 우승권 경쟁자들은 쉽게 타수를 줄이지 못했다. 함정우는 전반 이븐파를 기록했고, 3라운드 공동선두였던 이수민(25)은 오히려 1타를 잃었다. 그 사이 무관의 데뷔 16년차 정지호(35)가 5번 홀(파5) 이글을 엮어 3타를 줄이면서 함정우와 함께 11언더파 공동선두가 됐다.

지난해 악몽이 다시금 떠오른 함정우는 심기일전했다. 추격을 받던 11번 홀(파4)에서 장거리 버디 퍼트를 성공시킨 뒤 파5 13번 홀에서 세 번째 샷을 컵으로 집어넣으며 우승을 사실상 예약했다. 약 120m 거리를 남겨둔 상황에서의 피칭 웨지 샷이 몇 차례 그린을 튕기며 깃대를 지나치더니 백스핀이 걸려 컵으로 빨려 들어갔다. 여기서 승기를 잡은 함정우는 파3 16번 홀에서 보기를 기록했지만, 끝까지 리드를 지켜냈다.

챔피언 퍼트 직후 아이처럼 환호한 함정우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수줍어했다. 이어 “그간 많은 분들이 응원을 해주셨는데 이에 보답한 느낌이라 기분이 좋다. 특히 오늘 우승 상금은 지난해 벌어들인 총상금(약 1억2400만 원)보다도 많다. 이 돈으로 부모님에게 해외 여행이라는 선물을 드리고 싶다”고 활짝 웃었다.

함정우는 “경기 중반 문득 지난해 생각이 났다. 이러다가 다시 잘못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들었다. 그러나 11번 홀 버디로 분위기를 반전시켰고, 13번 홀 샷 이글로 안도가 됐다. 특히 공이 컵으로 들어갈 때는 닭살이 돋더라.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면서 “첫 우승을 한 만큼 이제 한국오픈 우승을 해보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인천|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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